[평창=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올림픽 시설 들어가는 데만 묶고 다른 지역은 안 묶었으면 좋겠는데, 지역경기가 이제 막 활성화 되려고 하는데 토지거래허가법으로 규제를 한다니까 우리도 불만이 생기는 거죠."
동계 올림픽 유치라는 10여년만의 쾌거를 이뤄낸 평창. 올림픽 유치 자체는 물론 이로 인해 파급될 지역개발과 땅값 상승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주민들 분위기가 최근 들어 가라앉고 있다.
이유는 동계올림픽 유치로 부동산 투기가 우려돼 올림픽 개최 지역과 그 주변지역의 거래를 규제하겠다는 지자체의 결정 때문. 강원도는 지난 15일 평창군 대관령면과 정선군 북평면 일원 65.1㎢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소식이 전해진 후 찾아본 대관령면 횡계리, 마을 곳곳에 걸린 축하 현수막은 여전했지만 주민들의 입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져나왔다.
| ▲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평창군내 곳곳에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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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올림픽 시설이 들어서는 곳에 난개발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그 지역을 규제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주변 지역까지 다 묶겠다는 것이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대상지는 대관령면이 90% 이상을 차지하며, 정선군 북평면은 올림픽 관련 시설부지 예정지 부근만 선별적으로 지정한다.
한 주민은 "우리같은 사람들이야 잘 모르긴 하지만, 올림픽 열린다 한지가 벌써 14년짼데 이미 몇 년 전에 돈 있는 사람들은 (땅을) 다 사놓았다"면서 "그 때 이미 땅값은 오를 대로 올랐다"고 말했다.
◇ "주민들 노력해서 IOC 감동시켰더니"
14년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성원을 보내왔던 평창주민, 막상 결정이 되고 나서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뭐냐는 푸념도 들렸다. 평창 올림픽 유치를 지원하느라 직접 남아공까지 다녀왔다는 한 주민은 "실제 (주민들이) 이득 본 것은 없는데, 무슨 규제를 한다는 말인지…"라면서 "지난 10여년을 기다려왔는데 선정되자마자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어버리면 지역 경제에 타격이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주 경기장이 들어서는 알펜시아 리조트 주변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발길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상담을 하기 위해 밖에서 기다리다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 ▲ 대관령면 횡계리의 한 부동산 업소, 투자 문의를 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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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올림픽을 유치하고 나면 땅값이 오르고 거래도 활성화될 거라고 기대했지만, 실제 거래는 잘 안 이뤄진다"면서 "문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다 거래로 이어지는게 아닌데 투기바람이 일어난 것처럼 알려졌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자는 "지금은 300평, 500평 이하의 싼 땅만 팔려고 내놓는 경우가 많다"면서 "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올림픽 유치 확정 이후 가격을 올려서 내놓지만, 사려는 사람은 생각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며 사지 않는다. 가격형성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했다. 호가는 올랐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였다.
◇ "비싸게 내놓으니, 비싸다고 안 산다"..실거래 없는데 웬 규제
주민들은 올림픽 개최지 결정이 이뤄지자 마자 지자체가 규제카드 부터 들고 나온데 데해 배신감도 느끼는 듯 했다. 한 주민은 "IOC 위원들이 왔을 때 지역 주민들이 다 거리로 나와서 엄청난 성원을 보냈는데, 일이 성사되고 나니 돌아온 게 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서 `규제`한다는 거냐"고 했다.
염돈설 대관령면 번영회장은 "정선군 번영회와 함께 토지 거래 규제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협의할 계획"이라며 "주민들의 바람은 올림픽 시설이 들어가는 곳으로만 최소화해 묶고 다른 지역은 그대로 뒀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이달 하순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들 지역의 허가구역 지정 여부를 최종 심의·의결할 방침이다. 도시계획위원회를 최종 통과하면 이들 지역은 향후 5년 간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거래)하거나 지상권 등을 설정할 때 반드시 거래 당사자들이 공동으로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