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유공급의 40%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불안으로 두바이유를 포함한 세계 3대 유종이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150달러선을 위협했던 2008년 초고유가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원유확보 경쟁과 투기수요가 맞물렸던 2008년과는 달리 1, 2차 오일쇼크와 유사하게 직접적인 공급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3차 오일쇼크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다만 중동의 정정불안이 리비아를 끝으로 더 이상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가 하락 반전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 2008년 초고유가는 원유확보 경쟁+투기수요 2008년 국제유가 급등은 중국이 원유확보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에 따른 투기적 수요가 맞물리면서 불거졌다.
특히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원유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인식에 따라 글로벌 투기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유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2008년 초고유가 시대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급락세로 돌변했다. 두바이유는 같은 해 12월 36달러까지 급락했고, WTI의 경우 이듬해 2월 33달러로 곤두박질쳤다.
◇ 최근엔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공급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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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두바이유 가격은 작년 12월 21일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뒤 불과 두 달여 만인 지난 24일 110달러마저 돌파했다. 2008년에 비해 보름이나 앞선다.
이번 국제유가 급등이 불확실성이 큰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중동의 정정불안이 과연 어디까지 확산될 지 자체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리비아에 이어 바레인과 수단 등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 유가가 10~40달러 정도 추가적으로 더 오르고, 거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으로 확산될 경우 200달러를 넘어서면서 2차 오일쇼크 이상의 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 중동불안 진정되면 빠르게 안정 되찾을 수도
반면 리비아 사태가 더 이상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자체가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투기수요가 공격적으로 가세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중동의 정정불안을 제외하면, 현재의 원유 공급상황이 비교적 여유롭다는 점에서 수요측면의 가격상승 압력도 높지 않은 편이다. 리비아 사태가 내전양상으로 치닫고 있긴 하지만, 통상 민주화 시위의 경우 전쟁과는 달리 원유시설 파괴가 목적이 아닌 만큼 정정불안이 직접적인 공급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이철희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과거 2% 남짓에 불과했던 원유 추가 공급여력이 현재는 4%대로 올라서 있다"면서 "중동의 정정불안만 더 이상 확산되지 않으면 국제유가는 빠르게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