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샌디스크 인수 득실 셈법은?

적은 인수비용으로 사업강화-비용절감 `양수겸장`
도시바 보상-사업리스크 `복병`도 도사려
  • 등록 2008-09-08 오전 8:59:40

    수정 2008-09-08 오전 8:59:40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세계 최대 플래시 메모리 카드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측은 "인수를 포함한 여러가지 제휴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만큼 인수 메리트는 있지만 고려할 점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샌디스크와의 인수를 위해 어떤 득과 실을 저울질하고 있을까?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삼성전자의 속내를 정리해 본다.

◇ `양수겸장` 절묘한 수

일단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샌디스크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무엇보다 인수가격이 낮아졌고, 이에 비해 인수 이후 삼성전자가 낸드사업을 강화하고 로열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기 때문.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주로 B2B에서 강점을 드러냈지만, 소매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샌디스크를 인수할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샌디스크는 메모리카드와 USB에서 세계 1위 업체다.

샌디스크에 낸드 공급도 확대할 수 있다. BNP파리바는 "샌디스크는 낸드물량 100%를 도시바로부터 구매하고 있는데, 삼성이 인수할 경우 상당부분을 삼성에서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도시바를 견제할 수 있다는 점도 커다란 장점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삼성이 샌디스크를 인수하게 되면 앞으로 도시바의 공격적 증산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돼 낸드산업 전체의 안정성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로열티 비용 절감도 대단히 매력적이다. 인수로 인해 앞으로 줄어들 로열티와 샌디스크의 잠재적인 인수비용을 따져보면 더욱 더 그렇다.

SK증권은 "삼성전자는 샌디스크에게 올해 4억1400만달러, 내년에 3억900만달러, 2010년에 2억1500만달러의 로열티를 내야 하며 일부에서는 총액이 장기적으로 4조~5조원 가치가 있다고 한다"며 "현재 시가총액 3조원보다 큰 금액이므로 인수
할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는 말 그대로, 일거양득 이상의 절묘한 수가 될 수 있다.

◇ 도사리고 있는 `복병`

그렇다고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사업체를 인수함으로써 생기는 리스크가 있다. 또 기존에 샌디스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도시바가 잠자코 있을리 없다.

인수 리스크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특히 샌디스크를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이 적다는 뜻은 그만큼 샌디스크의 사업 전망이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대 로열티 공급업체인 삼성전자로부터의 수입이 줄어 샌디스크 실적이 악화될 수도 있다.

UBS는 "샌디스크를 인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며 "샌디스크가 손실을 내고 있고 앞으로 실적 전망도 더 악화되고 있는데다 삼성전자 역시 어려운 사업환경에 처해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샌디스크는 유태인 창업자가 세운 벤처문화가 뚜렷한 기업인 반면 삼성은 조직관리 문화가 강하다. 또 삼성은 해외 대형업체 인수합병 경험도 거의 없다.

잠재적인 반독점 이슈 역시 삼성전자가 극복해야할 문제다. SK증권은 "인수로 인해 삼성전자의 캐파 점유율 50%를 넘어서게 되는 만큼 향후 반독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특히 과거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엄격했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종전에 8인치와 12인치 등 3개의 팹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샌디스크의 파트너인 도시바가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가만히 놔둘리 없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골드만삭스는 "샌디스크가 도시바와 맺고 있는 조인트벤처가 잠재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인수합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조인트벤처 지분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해줘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관건은 삼성전자의 인수 의지다. 과연 삼성이 어떤 셈법으로 샌디스크 인수건에 대해 결론지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관련기사 ◀
☞"삼성電 샌디스크 인수 장애물은 도시바"-골드만
☞"삼성電, 샌디스크 인수 `양날의 칼`"-UBS
☞"삼성의 샌디스크 인수는 도시바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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