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기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재차 내수경기 부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속도`를 강조하며 빨리 해달라고 또 재촉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세계잉여금을 풀고 세금을 낮추는 등의 정책을 이번주부터 쏟아내기로 했다.
◇물밀 듯 쏟아지는 내수진작책
지난주 여대야소로 총선이 끝남에 따라 정부는 이번주부터 정부가 본격적인 내수부양 `액션`을 시작하게 된다.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가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말 나온 정책들은 그대로 무섭게 추진될 전망이다.
당장 시행 가능한 각종 경기부양책부터 가시화된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오는 17일 2007년 회계연도의 세계잉여금을 어떻게 쓸지 확정해 밝힌다.
정부는 법에 정해진대로 잉여금 15조3000억원 중 5조5000억원은 지방교부금을 앞당겨 정산하는데 쓰고, 공적자금을 상환하고 국가채무를 갚는데 5조여원을 지출하게 된다. 나머지 4조8000억원을 어디에 사용할지가 관심. 이 돈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재정사업 등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또 5조 5000억원의 지방교부금 조기정산분 역시 사실상 내수경기 부양에 쓰이는 재정으로 볼 수 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이 금액을 당겨 준 다음 재래시장 주차장 만들기, 장학금 확대 등 서민 생활을 지원하는데 써달라고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자체 주머니에 돈을 넣어준 다음 여기저기 쓰게 하는 간접 재정지출 형태다.
◇출총제 폐지 본궤도
정부는 출자총액제한 폐지에도 일말의 지체 없이 법 개정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주에 출총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약 3주간의 입법 예고를 거친 뒤 이를 국회에 제출,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대로 실행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미 2분기 안에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밝혔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면 삼성그룹 등 7개 기업집단에 속한 25개 회사가 출자규모의 제한을 받지 않고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또 `우리나라 조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일단 오는 18일 조세 감면 기본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규제 완화가 MB노믹스의 0순위라면, 감세는 1순위쯤 된다. 총선을 전후해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52개 생필품`에 대한 부가세 면제 방안, 근로소득세 세율을 구간별로 1%포인트씩 낮추는 방안, 소득세 산정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는 물가연동제 도입 방안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감세안도 준비중이다. 중소기업의 결손금 이월공제 연장 기간 연장, 지방 미분양 아파트 구입시 취득세 등록세 경감 등이 거론된다. 올해 25%에서 22%로 낮추기 위한 법인세율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도 거론될지 관심이다.
다만 재계가 목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는 상속세 폐지나 완화는 우선 순위에서 밀릴 것을 보인다.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할때 현재로서는 폐지는 물론 완화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통령 첫 해외 나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은 19일 미 대통령 전용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대통령은 이곳에 하룻밤 묵으며 부시 대통령과 깊은 대화를 나눌 예정. 북한 핵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 등 현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양국간 동맹을 돈독히 한다는 액션도 마련된다.
또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나,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이 자리가 모종의 결론을 내는 창구가 되진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한국이 쇠고기 수입 규제를 완전 해제하지 않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합의안이 인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강경합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FTA를 전제조건으로 한국시장을 아시아 쇠고기 시장의 전면개방을 위한 교두보로 생각하고 전면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또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정하기 위한 한·미 쇠고기 협상이 지난주 6개월만에 재개됐다. 일단 별 진전 없이 끝났으며, 이번주 14일부터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중앉게 된다.
한편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복원 강조에 힘입어 여러 사안을 요구하며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가 아프가니스탄 파병 부대를 철수시키자마자 재파병을 요청하고 나섰다. 또 버시바우 미국 대사와 버웰 월 주한미군 사령관 등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비, 즉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측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부담수준을 현재의 41%에서 50%까지 즉, 연간 1,800억 원 정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사정 더 악화될까
내수를 띄우겠다는 정부의 종종걸음과 객관적인 경제 지표는 별개의 사정. 이번주 가장 눈여겨볼만한 경제지표는 16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3월 고용동향이다.
5년간 3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고용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상황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다. 되레 신규 취업자 수가 주는 추세다. 2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1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새 정부가 수정해 제시한 연간 35만명에 한참 못 미친다. 반면 2월 실업률은 3.5%를 기록, 지난해 3월(3.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었다.
대통령이 최근 물가불안에 이어 내수침체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속내에는 고용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다는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 새 정부는 규제 완화가 투자확대로 연결되고, 그것이 결국 고용과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지난 정권에서도 대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5년 중에서 4년 동안 600대 기업의 투자증가율은 10%를 넘었다. 그런데도 체감 경제가 나빴던 것은 투자가 고용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용없는 성장`이 골칫거리가 된 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일 뿐은 아니다. 이같은 사정을 모를리 없는 정부가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주목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