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은 어디로 가나

美風에 한국증시 몸살 앓았는데…
美 서브프라임 위기… 엇갈리는 부동산 전망
美는 과잉공급으로 하락 韓은 주택 아직도 부족한 편
美보다 우리 금리가 더 큰 영향
  • 등록 2007-08-21 오전 8:24:13

    수정 2007-08-21 오전 8:24:13

[조선일보 제공]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위기가 국내 주가를 폭락시키는 등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주가와 달리, 주택시장에는 투매나 가격 급등락 등의 현상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위기가 향후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우리 주택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 집값과 국내 집값의 연계성

서브프라임 위기는 미국의 집값 하락과 금리인상이 원인. 원리금 연체자가 늘고 집값이 하락, 담보가치를 상실한 주택이 급증, 파산하는 대출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집값 하락이 금융기관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집값 하락은 ‘역(逆) 부(富)의 효과’를 초래,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집값이 오르면 재산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소비를 늘리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발생하는 반면, 집값이 떨어지면 집주인들이 소비를 줄이는 ‘역 부의 효과’가 나타나 소비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내수 부진은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중국 등의 기업에도 큰 영향을 준다. 미국의 수입 감소는 한국·중국 등의 경기침체로 연결, 이들 나라의 집값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집값 하락?미국 내수 위축?한국 수출 감소?한국 경기 침체?한국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미국 집값 폭이 예상보다 커서 미국 내수 시장의 급격한 침체로 이어진다면 국내 집값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손실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인 유동성 위기를 초래, 세계 각국의 주가와 주택 등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서브프라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데다 2005년을 정점으로 이미 주택가격이 상당부분 조정을 받은 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콜드웰뱅크는 최근 “서브프라임 위기는 집값 반등의 시기를 미룰 정도이지 전체 주택시장을 뒤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는 집값에 어떤 영향을 주나

서브프라임 위기로 국내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주가 폭락이 주택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전통적인 이론은 주가가 오르면 일정 시차를 두고 집값이 오르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집값이 일정 시차를 두고 하락한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주가는 경기의 선행지표인 만큼, 주가가 오르면 전체 경기가 좋아지고 소득이 늘어나 주택구입 수요가 늘어나 집값이 오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IMF 이후 우리 주택시장에서는 주가와 집값이 같은 시기에 올랐고 주가 하락이 장기적인 추세가 아니라 서브프라임 위기라는 돌발 변수로 촉발된 만큼, ‘주가 하락=집값 하락’의 등식이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많다. 오히려 주가하락으로, 부동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몰릴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양도세·종부세 등 각종 세금과 대출규제가 강화돼 주가가 하락한다고 해도 주택시장에 과거처럼 많은 돈이 몰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한국 주택 시장

미국 집값 하락의 근본 요인은 주택 과잉공급이다. 미국은 집값이 급등하면서 연간 주택 착공물량이 2000년 159만여 가구에서 2005년 215만여 가구까지 급증했다. 2006년 집값 조정이 시작되면서 184만여 가구로 줄었고 올해는 140만~150만 가구 정도만 공급될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집값이 하락세이지만 주택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은 뉴욕 등의 주택시장은 아직도 집값이 오름세다. 콜드웰뱅크의 짐 질레스피 부동산담당 사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과잉공급 상태인 일부 시장에만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연간 공급량(인허가 기준)이 2002년 전국적으로 66만여 가구가 공급된 이후 매년 감소, 작년 46만 가구로 줄었다. 현 정부가 각종 규제 정책을 취하는 바람에 주택이 가장 부족한 서울은 2002년 16만 가구에서 작년 4만 가구로 급감했다.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과잉 공급론은 고사하고 주택 부족론까지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우리 집값은 공급보다는 금리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대출 금리가 10%대로 근접하면 주택수요가 대폭 줄어 집값이 급락하고 가압류가 급증하는 등 주택시장이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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