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흙 묻은 솜바지 꼭 쥔 남편"...'수원역 버스' 참변

  • 등록 2023-12-23 오전 9:57:04

    수정 2023-12-23 오전 9:57:0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22일 ‘수원역 환승센터 버스 사고’로 별안간 아내를 잃게 된 남편은 아내가 입고 있던 흙 묻은 솜 바지를 꼭 쥐고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오후 1시 26분께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2층 환승센터에서 전기차인 30-1번 시내버스가 시민들을 덮쳐 7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숨진 여성은 병원 가던 길에 변을 당했다.

이날 JTBC에 따르면 고인의 남편은 “아내가 집을 나서면서 ‘추우니 솜 든 바지를 입어야겠다’고 했는데 마지막 대화가 됐다”며, 사고 당시 아내가 입고 있던 흙 묻은 바지와 신발을 꼭 쥐고 있었다.

아들은 넋이 나간 채 울었고, 유족은 “사고가 날 곳이 아닌데 왜 사고가 난 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22일 오후 시내버스가 시민 다수를 치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버스환승센터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50대 버스 기사 A씨를 형사 입건했다.

사고는 A씨가 운전한 버스가 환승센터 승강장에 잠시 정차해 승객들을 승·하차시킨 뒤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경찰이 확보한 사고 당시 촬영된 CCTV 영상에는 차량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자 시내버스가 서서히 앞으로 움직이는 장면이 담겼다.

‘ㄷ’자 형태 정류장을 빠져나가려면 왼쪽으로 돌아나가야 하는데 버스는 그대로 직진하더니 속도를 높여 인도로 올라가 보행자와 시설물을 들이받았고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사고 당시 촬영된 CCTV 영상 캡처. 시내버스가 횡단보도 주변에 있는 시민들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A씨는 경찰에 “정차 중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은 채 운전석을 벗어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한 승객이 현금을 냈는데 ‘거스름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자리(운전석)에서 일어났는데, 갑자기 버스가 움직여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을 밟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A씨가 술에 취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버스 회사는 사고 직후 운전 기사들에게 ‘정차 중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라’고 급히 공지했다.

경찰은 버스 기사인 A씨와 승객, 목격자 등 진술과 현장 CCTV 및 차량 블랙박스 영상, 디지털운행기록계(DTG) 기록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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