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미국 경제는 어떻게 현재의 고금리 환경을 이겨내는 것일까? 미국 정책금리는 22년 만에 가장 높은 5.25~5.5%로 올랐지만 대부분 대출자가 저금리 시절 연 2~4%대의 고정금리 대출을 받아 놓은 상태라 금리 인상의 타격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미국의 가계부채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89%다.
미국 고정금리는 우리나라 은행 고정금리처럼 초기 5년만 고정금리가 적용되다가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금리 대출이 아니다. 만기까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순수 장기고정금리대출이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려면 가계대출부터 순수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게 되지 않는다. 경제환경이 크게 변했지만 집 대출에 대한 대출 수요자와 공급자의 생각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장기 고정금리를 받았다가 이후 시장금리 하락 시, 그때 가서 더 낮은 금리의 신규 장기고정으로 갈아타기(대환대출)를 하면 된다. 반면 시장금리 상승시엔 이미 받은 낮은 고정금리를 가지고 버티면 된다. 현재 미국 소비자들은 과거 저금리 시절 받은 고정금리를 가지고 버티는 중이다. 이들은 과거에 받은 저금리의 혜택으로 현재 소비를 이어가면서 미국경제를 지탱한다.
둘째, 대출 공급자인 은행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현재 은행들은 장기고정금리의 경우, 금리 리스크 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 규제 범위 내에서 고정금리기간을 최소화한 5년 고정의 혼합형으로만 운용하는데 아무리 고정금리가 5년이라 할지라도 변화된 경제환경을 감안할때, 금리와 유동성 리스크 관리 측면서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은행의 금리 리스크 관리 측면서 볼 때, 5년 고정금리의 주요 조달재원은 상대적 장기 고정금리 부채로 간주되는 저원가성 예금이다. 보통 직장인들의 월급 통장으로 대표되는 요구불성 예금인 저원가성 예금은 정기예금처럼 만기가 확정되지 않고, 오랜 기간 일정 잔액이 남는다고 간주돼 국제 금융규제당국인 바젤 은감위(BCBS)로부터 끈적끈적 예금(Sticky Deposit)으로 인정받는다.
올 상반기만 해도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현재 전망은 달라졌다. 고금리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리스크 부담이 덜 하도록 안전판 역할을 해줬던 저원가성 예금이 항상 안정적 규모로 유지될 것이란 추정이 깨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은행은 예금조달에 의존해 5년 고정금리를 운용하는 기존 사업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 반면, 5년 고정금리는 자본시장 상품화하기에 보다 적합한 순수 장기고정금리로 바꾸고, 이에 대해선 때에 따라 예금수신을 대체하는 시장 매칭조달을 시행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전환 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