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흥사터 초석 깔고 앉은 文 대통령…불교계 "참담하다"

  • 등록 2022-04-07 오전 8:13:37

    수정 2022-04-07 오전 9:24:27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불교 문화유산 인식 수준이 참담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절 터(법흥사터 추정)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뒤편 서울 북악산 남측 탐방로의 개방을 기념한 산행에서 법흥사터(추정)의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은 채 문화재청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불교계 언론인 법보신문은 지난 6일 ‘대웅전 초석 깔고 앉은 문 대통령 부부..“청와대 문화유산 인식 수준 참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더구나 해당 사진은 청와대가 직접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 불교 문화유산 인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 대통령 부부는 지난 5일 산행에서 신라 때 창건된 사찰인 법흥사 자리로 추정되는 질터에 도착해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법흥사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 부부가 법흥사터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교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통해 청운대전망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은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며 “성보를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 이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탄탄 스님은 “대통령이 전통문화를 이렇게 가벼이 대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하느냐”며 “대통령이 독실한 신앙인으로 아는데 자신이 믿는 종교의 성물이라도 이렇게 대했을까 싶다”고 성통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공 스님도 “만약 문 대통령 부부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장이 그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했다.

한편 1968년 무장공비 침투사건(김신조 사건) 이후 일반인 접근을 제한했던 청와대 뒤편이 지난 6일 전면 개방됐다.

청와대 동쪽 북악산 기슭에 있는 법흥사터는 신라 진평왕 시기 창건된 사찰로 알려졌다. 1965년 청오 스님이 한 차례 증축했으나 3년 뒤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일어나면서 불자 등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폐허가 됐다. 현재는 초석과 와편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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