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시행 7개월간 ‘0개’

공모시장 침체에 코로나19…‘관심 뚝↓’
“법령 완비에도 세제 등 해결 사안 남아”
UCITS도 자리매김 수십년…“갈 길 멀다”
  • 등록 2020-12-17 오전 12:20:00

    수정 2020-12-17 오전 12:20:0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ARFP) 제도가 시행 7개월이 지났지만 등록 절차를 거친 펀드는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제도는 한국, 일본, 태국,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 5개국이 국가 간 장벽을 넘어 펀드 상품을 교차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업계의 미지근한 반응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더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의 선택지 확대와 펀드 수출의 새로운 활로라는 측면에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ARFP 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해당 제도를 위해 등록된 국내외 펀드는 없다. 일부 운용사에서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일단 추진을 중단했다.

ARFP는 간소한 등록 절차를 거쳐 회원국 간에 펀드를 수출입할 수 있다.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현지에서 홍보 및 마케팅이 중요한데, 현재는 대면 활동이 막혀 있다 보니 진행이 쉽지 않다. 해당 제도를 통해 해외 진출을 모색했던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국내 운용사 상품을 소개하는 일정이 모두 지체돼 일단은 보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무적인 측면에서도 해결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비거주자의 국내 원천소득 징수’도 그중 하나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연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 또는 국내원천소득이 있는 비거주자는 납세의 의무가 있다. 국내 운용사의 펀드가 ARFP를 통해 해외에서 판매될 경우 해당 펀드에 가입한 해외 투자자는 펀드를 통해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해당 업무를 수행하거나 대행할 금융기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장의 반향이 없다보니 비용이 드는 새로운 사업에 선뜻 나서는 이도 없는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제도적인 면에서 법령은 완비됐지만 세제 등 실무에서 풀어야 할 사안들이 있다”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선해 나가야겠지만, 국내서 공모 펀드도 침체를 겪고 있고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제도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 성공사례이자 롤모델인 유럽 펀드 제도 뮤추얼펀드(UCITS)는 1988년 첫 도입됐다. 자리잡기까지 수 년이 소요됐다. ARFP는 2013년 APEC 재무장관회의에서 호주 주도로 출범 논의가 공식화됐고, 국내에선 오랜 논의를 거쳐 지난해 11월에야 관련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제외한 다른 회원국들도 제도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해외에 펀드를 수출할 기회가 열렸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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