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공수처와 희망사항

  • 등록 2020-11-16 오전 4:11:00

    수정 2020-11-16 오전 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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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상담소장·전 춘천지검장] 지난해 12월 30일 흔히 ‘공수처법’이라고 부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이 올해 1월 14일 공포되고 부칙에서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공수처의 출범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수처법이 제정되기까지는 실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0년대부터 공직자의 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독립기관의 설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논의가 성과 없이 되풀이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 행위 감찰을 위해 도입된 특별감찰관 제도는 금세 한계를 드러내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국회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포함한 소위 검찰개혁법을 신속처리대상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는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났다.

당초 검찰 구성원들은 공수처에 대해 옥상옥(屋上屋)의 제도로서,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하도록 한 헌법에 맞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설치를 강하게 반대했다. 그 후 정치적 편향 논란이 제기된 사건은 물론 검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 등의 비리 사건이 연이어 생겼고, 그런 사건의 수사가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 검찰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인식이 사회 일반의 공감을 얻음에 따라 검찰도 더 이상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도를 왜 그리 반대했는지 허망한 생각이 들만도 하다. 지금이라도 진지한 자성이 반대에 쏟은 노력보다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다. 당장 나부터, 조직의 논리에 도취해서 검찰 제도의 공적 가치를 잊거나 국민의 공복으로서 겸허함을 잃었던 것을 반성한다.

물론 공수처가 검찰 개혁의 핵심 가치인 독립성과 공정성을 당연히 보장하고 모든 고위공직자 범죄를 일거에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공수처의 수사 범위가 고위공직자의 부패 범죄 뿐 아니라 직무 범죄까지 포함하여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남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과연 살아 있는 권력의 부패를 제대로 수사할 것인지, 오히려 잘못을 덮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고위공직자의 범죄 혐의를 알게 된 수사기관이 공수처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한 공수처법 규정으로 인해 수사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사건관계인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기도 하다. 앞으로 공수처를 운영하면서 각별히 살펴 제도의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개인의 오류를 충분히 막을 수 있도록 제도가 치밀하게 설계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이제 제도를 운영하는 개개인이 그 제도가 다 감당하지 못하는 허점을 메우도록 최선을 다할 순서인 듯하다. 그렇게 해서 공수처 출범 후 종전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무색해진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드디어 진통 끝에 공수처장추천위원회가 구성돼 추천위원별로 각각 후보들을 추천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야의 합의를 반영할 개별 교섭단체 대신 국회의 다수파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4명을 모두 선정할 수 있는 공수처법개정안이 발의되었다고 한다. 공수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중립성 보장을 위해 야당에 거부권을 준다는 합의 하에 공수처법이 마련되었음에도 정작 출범도 하기 전에 개정을 논의하는 일은 유감스럽다.

만일 지금 법을 개정하여 여당이 단독으로 공수처장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는 오랜 기간 논의된 검찰 개혁의 시대적 의미를 생각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종종 민간기업의 노사 간 협상이 극적인 타결에 이르렀다는 뉴스를 접한다. ‘극적인 타결’이라는 표현이 흔히 쓰이다 보니 극적인 사태가 마치 일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삶은 기적의 연속이다. 부디 공수처장추천위원회야말로 기적처럼, 극적인 합의를 이루어내 추천위원은 물론 온 국민의 신망을 받는 분이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앞으로 공수처는 그 사명에 맞고 기존 수사기관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는 수사를,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행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공수처의 수사 진행과 결론을 놓고 다시 국민들을 두 편으로 갈라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서게 하는 일은 제발 되풀이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런 소박한 바람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은 아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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