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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이 제정되기까지는 실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0년대부터 공직자의 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독립기관의 설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논의가 성과 없이 되풀이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 행위 감찰을 위해 도입된 특별감찰관 제도는 금세 한계를 드러내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국회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포함한 소위 검찰개혁법을 신속처리대상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는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났다.
당초 검찰 구성원들은 공수처에 대해 옥상옥(屋上屋)의 제도로서,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하도록 한 헌법에 맞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설치를 강하게 반대했다. 그 후 정치적 편향 논란이 제기된 사건은 물론 검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 등의 비리 사건이 연이어 생겼고, 그런 사건의 수사가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 검찰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인식이 사회 일반의 공감을 얻음에 따라 검찰도 더 이상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도를 왜 그리 반대했는지 허망한 생각이 들만도 하다. 지금이라도 진지한 자성이 반대에 쏟은 노력보다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다. 당장 나부터, 조직의 논리에 도취해서 검찰 제도의 공적 가치를 잊거나 국민의 공복으로서 겸허함을 잃었던 것을 반성한다.
만일 지금 법을 개정하여 여당이 단독으로 공수처장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는 오랜 기간 논의된 검찰 개혁의 시대적 의미를 생각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종종 민간기업의 노사 간 협상이 극적인 타결에 이르렀다는 뉴스를 접한다. ‘극적인 타결’이라는 표현이 흔히 쓰이다 보니 극적인 사태가 마치 일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삶은 기적의 연속이다. 부디 공수처장추천위원회야말로 기적처럼, 극적인 합의를 이루어내 추천위원은 물론 온 국민의 신망을 받는 분이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앞으로 공수처는 그 사명에 맞고 기존 수사기관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는 수사를,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행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공수처의 수사 진행과 결론을 놓고 다시 국민들을 두 편으로 갈라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서게 하는 일은 제발 되풀이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런 소박한 바람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은 아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