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배달대란’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배달음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치킨 박스 등에 쓰이는 백판지 제조 업체 주가가 뛰고 있다. 인쇄용지 사용 감소로 사양산업의 하나로 인식되던 제지업이 전염병 확산으로 인해 수혜 업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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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국내 백판지 시장 점유율 상위 업체인
세하(027970)는 정부가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지난 8월 19일 다음날부터 이날까지 34.6% 상승했다. 같은 기간
깨끗한나라(004540)도 11.9% 올랐다.
한솔제지(213500)는 0.4% 하락했다.
골판지 제조사들의 주가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4대 골판지 업체인
태림포장(011280)과
삼보판지(023600)는 각각 31.3%, 7.4% 상승했다. 반면
아세아제지(002310)와
신대양제지(016590)는 각각 4.7%, 0.2% 하락했다.
해당 기간 코스피가 4.7% 하락한 데 비하면 하락한 제지업체들도 나름 선방한 셈이다. 다만 백판지와 골판지의 매출 비중 차이가 주가에 일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페이퍼리스(종이가 없는) 업무가 느는 등 인쇄용지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이익 상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백판지 판매 비중이 86.9%에 달하는 세하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 54억원을 낸 데 이어 2분기도 71억원을 기록해 증가 추세다. 최근 주가 상승률이 다른 제지업체에 비해 높은 것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판지와 골판지 종목들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인 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난주부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 비대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배달 대행기사 구인난이 생길 정도로 배달 음식 수요가 급증해 백판지 업체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골판지가 택배 박스나 라면 박스 등 포장재에 사용된다면, 백판지는 제과와 식품, 화장품 및 치킨 박스와 피자 박스 등에 쓰인다.
배달대행업체 ‘부릉’을 운영하는 매쉬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부터 29일까지 신규 가입 문의 건수는 직전 2주 대비 2.8배 늘었다. 배달 대행기사 구인난 등에 배달대행 업체들도 적게는 600원부터 많게는 1000원까지 기본 요금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두기 강화 이후 그만큼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에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올해 7월 기준 1조3000억원을 돌파, 증가세에 있는데 8월과 9월은 이보다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중국 정부가 폐지(廢紙) 수입을 제한하고 있어, 수요 제한으로 인해 원료 가격 하향 안정화가 나타난 점도 백판지 업체의 이익 증가 요인이다. 골판지와 백판지의 원재료인 폐지 가격이 내려가면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백판지 시장 내 주요 업체 중 하나였던
신풍제지(002870)가 공장 이전 문제로 평택 백판지 공장의 가동을 올 초 중단한 것도 긍정적으로 꼽힌다.
김두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배달음식 수요가 폭증한 상황과 추석 성수기 등을 감안 시 백판지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은 상반기 대비 큰 폭 증가할 전망”이라며 “음식 내부 보호용인 식품 전용 포장지 또한 고수익성으로 실적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