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에 요즘 이 질문이 화제다.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가 도입한 인공지능(AI) 기반의 펀드가 본격적으로 투자 실적을 쌓으면서 펀드 매니저와의 성과 비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의 AI 프로그램 ‘알파고’ 간 세기의 대국은 AI의 완승(4승 1패)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투자는 어떨까? 아직 결과를 말하긴 이르지만 사람이 좀 더 우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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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이 지난 1월 28일 선보인 ‘신한BNPP 네오 펀드’(이하 네오 펀드)는 이달 25일 현재 누적 수익률 마이너스(-) 3.56%를 기록하고 있다. 펀드 출시 당시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36만원 가량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네오 펀드는 국내 자산·순이익 규모 1위 금융 그룹인 신한금융이 올해 초 처음으로 내놓은 AI 기반의 투자 상품이다. 신한금융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벌어졌던 지난 2016년 AI 등 신기술을 금융에 접목하겠다는 목적 아래 ‘보물섬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기획에 착수했다.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가 총동원된 이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 네오 펀드다. 출시 넉 달 만인 현재 네오 펀드가 굴리는 전체 투자금(설정액)은 539억800만원에 이른다.
이 펀드의 특징은 신한금융이 자체 개발한 AI 투자 프로그램인 ‘네오(NEO)’가 펀드 투자자의 돈을 주식·채권·금 등 어떤 자산에 얼마나 투자할지 직접 의사 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펀드 매니저는 네오의 조언을 받아 펀드를 운용하는 역할만 한다. 주로 선진국 증시에 상장돼 주식·채권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간접 투자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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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까지의 투자 수익률은 AI인 네오보다 사람이 낫다.
네오 펀드와 유사한 글로벌 자산 배분 펀드인 ‘신한BNPP 글로벌 밸런스 이엠피(EMP) 펀드’의 지난 1월 28일 이후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플러스(+) 3.01%다.
이 펀드는 신한금융의 증권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 내 글로벌자산배분전략부 직원이 투자 자산의 비중과 구성 등 투자 전략을 제공한다. 사람이 굴리는 펀드가 기계가 운용하는 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 안에서는 AI 프로그램인 네오에 대리 직급을 붙여서 “네오 대리 대 자산전략부 A대리의 대결에서 A대리가 이기고 있다”는 농담 섞인 평가도 나온다.
AI인 네오와 사람의 조언을 받아 실제 두 펀드를 운용하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 “네오는 지난 3월 초 글로벌 증시 급락 때 주식 투자 비중을 사람이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과감하게 줄였다”면서 “반면 EMP 펀드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어서 애초 주식 비중이 작고 달러 지수 투자 비중이 크다 보니 수익률 방어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네오 펀드의 경우 코로나 폭락 장에서 보유 주식을 대거 손절매한 탓에 이후의 반등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다.
신한AI 관계자는 “네오는 사람이 느끼는 공포나 탐욕 같은 감정이 없어서 의사 결정을 할 때 과감하고 냉정한 것이 특징”이라며 “3월 증시 급락 때 미국의 투자 구루(guru·권위자) 워런 버핏처럼 펀드 내 주식 투자 비중을 당초 60%가량에서 10% 미만까지 대폭 줄이고 현금성 자산과 채권으로 갈아탄 뒤 상승장에서도 2개월 정도 같은 투자 포지션을 유지하며 이자 수익만 올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 많은 수익을 못 낸 것이 아쉽지만 이 정도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한 것은 굉장히 선방한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네오 펀드의 투자 수익률은 EMP 펀드보다 낮지만, 같은 기간(이달 25일 대비 1월 28일) 글로벌 투자 지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증시 지수 수익률(-12.3%), 국내 코스피200 수익률(-10.3%)보다는 높다. 증시 전반의 흐름보다는 높은 투자 수익률을 냈다는 얘기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바둑처럼 투자에서도 기계가 사람보다 높은 성과를 낼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