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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6시께 찾은 서울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신촌에서 5년째 이자카야(일본 술집)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달 일본 불매운동 이후 일본 주류를 찾는 손님들이 줄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5년 간 일본 정치인의 독도 망언 등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최근 불매운동은 확실히 다르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동참의 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주에는 사케보다 소주를 찾는 손님들이 월등히 많아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건지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또 “사케를 마시지도 않을건데 이자카야는 왜 가냐는 인식이 퍼지면서 손님도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일본 주류를 판매하지 않은 주점도 불매운동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롯데가 타깃이다. 신촌 주변 상인들의 입을 빌리면 손님들이 의도적으로 롯데주류의 제품을 피하고 있다. 신촌에서 7년째 곱창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지난주에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3병만 나가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평소 B씨의 가게에서 처음처럼은 20~30병 판매했다. 평소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맞은편 껍데기전문점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한 지 6개월 된 사장은 “불매운동 이후 처음처럼의 매출이 20%가량 감소했다”며 “처음처럼을 주문하는 손님이 대폭 줄어 냉장고에서 처음처럼의 비중을 줄였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주류의 클라우드는 찾는 사람이 없어 매대에서 아예 뺐다.
신촌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소비자층은 대학생이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일본 주류 대신 국산 주류를 선택하면서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친구들과 곱창집에 들린 인근 대학생 D씨는 “일본 맥주 등을 평소에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면서 “원래 선호하지 않았지만 최근 분위기 때문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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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의 혜택은 국산 주류업계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하이트진로가 톡톡히 수혜를 입고 있다. 청정라거를 표방한 테라와 레트로(Retro·복고풍) 열풍을 이어간 진로이즈백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신촌에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30%대였지만 최근에는 40%대까지로 늘었다. 일본 불매운동에 연이은 히트작의 출연으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이 시간이 갈수록 확산하고 적극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전에 볼 수 없던 모습”이라며 “이번 기회에 국산 주류업계가 수혜를 입는다는 관점보다는 국산 맥주의 우수한 경쟁력을 알리는 계기로 삼아 일시적인 수혜가 아닌 장기적인 고객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