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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그간 낮은 금리 때문에 외면받아 온 은행 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서 역머니무브가 시작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경제의 ‘자산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심화되고 있다며 시중자금이 은행의 정기예금 등 현금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4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 올 들어 53조 늘어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축성 예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일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을 은행에 예치하는 정기예금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10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470조812억원으로 전월말 451조4362억원대비 18조6450억원(4.13%) 급증했다. 올 들어서만 53조원(12.7%) 가까이 늘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정기예금 잔액이 115조4653억원으로 전월말 107조5600억원 대비 7조9000억원(7.35%) 급증했다. 그동안 증감 폭이 ±1~2%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증가율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작년 1월 1.58%에서 올해 1월 1.93%로 높아졌고 9월에는 2.01%로 2%대에 진입했다. 같은 기간 6개월 미만 단기물 금리도 1.3%, 1.53%, 1.58%로 꾸준히 상승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예금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며 “은행 예금으로의 자금 이동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산 디플레에 예금 선호 ‘지속’…자금 선순환 vs 부작용
금리 상승뿐 아니라 자산 디플레도 은행 예금으로의 자금 이동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자산디플레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의 가격과 거래가 급격히 하락·감소함으로써 나타나는 경기침체 현상이다.
문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시장도 꺾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9·13대책 이후 강남 3구의 아파트 값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방의 아파트 값도 지난달에만 3% 넘게 내렸다.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쏠리는 이유다.
은행들은 늘어난 수신 자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가계대출이 막힌 탓이다. 결국 시중 은행들은 기업금융 확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는 생산적 금융 창출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경쟁과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마다 기업금융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 목표치를 확대 설정하고 이를 위한 마케팅 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일부 기업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문제”라며 “따라서 우량 중소기업을 고객화하기 위한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