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공연' 南 예술단, 삼지연관현악단 감동 재현할까

3월 31일~4월 3일 중 총 2회 공연 합의
조용필·이선희·레드벨벳 등 대중음악 중심
서현도 합류 '남북 합동공연' 성사 가능성
"삼지연관현악단과 같은 감동 전할 것"
  • 등록 2018-03-21 오전 6:00:00

    수정 2018-03-21 오전 8:07:53

20일 오전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예술단 평양공연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남측 수석대표로 나선 윤상 음악감독과 북측 대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사진=통일부, 연합뉴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북에 있는 동포 여러분께 한국에서 보여드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감동과 어색하지 않음을 전해드리는 게 첫 번째 숙제다.”

16년 만에 성사된 남한 예술단의 평양 공연 음악감독을 맡은 가수 겸 작곡가 윤상은 2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이 함께 한 ‘예술단 평양공연을 위한 실무접촉’을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남북은 이날 실무접촉을 통해 가수 조용필·이선희·윤도현밴드·레드벨벳 등이 포함된 남한 예술단이 오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동평양대극장,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각 1회씩 총 2회 공연을 하기로 합의했다. 공연일은 4월 1일과 2일, 또는 4월 1일과 3일이 유력하다.

◇삼지연관현악단 답방 형태 공연 될 듯

이번 공연은 지난달 8일과 11일 강릉과 서울 공연을 통해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던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에 대한 답방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공연예술 전문가인 박영정 한국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은 “이번 남한 예술단 평양 공연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삼지연관현악단이 불렀던 노래의 오리지널 가수가 북한에 간다는 것”이라며 “윤상이 음악감독을 맡아 보다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보여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남한 예술단은 조용필·이선희·최진희·윤도현밴드·백지영·레드벨벳·정인·서현·알리 등을 비롯해 음향·무대·조명 스태프와 실무 담당자까지 160여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조용필·이선희·최진희·윤도현밴드는 과거 북한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다.

이선희·최진희·서현이 예술단에 포함된 것에서 이번 공연이 삼지연관현악단에 대한 답방 성격임을 잘 알 수 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강릉과 서울 공연 당시 이선희의 ‘J에게’와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등을 불러 화제를 모았다. 서현은 서울 공연에 깜짝 출연해 북측 여자 가수들과 통일 노래인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를 함께 불러 가슴 뭉클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 평양 공연에서도 남북 합동무대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실무접촉에 함께한 박형일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은 “2회 공연 중 마지막 1회는 어떤 식으로는 합동공연을 해보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윤상 음악감독은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공연까지 시간이 열흘도 안 남았다는 것”이라며 “북한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참가 아티스트들의 편의를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예술단 구성은 북한에 친숙한 중견 가수들과 공감을 이끌어낼 새로운 가수들로 꾸렸다. 윤상 음악감독은 “남한 가수들이 북한에서 공연한지 10년이 넘었다”며 “남한을 대표하는 아이콘 같은 선배 가수들, 그리고 10여 년 사이 우리가 사랑했고 북에서도 공감할 아티스트들이 예술단에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10팀의 가수 및 그룹이 참여할 예정으로 출연가수가 추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한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조용필(왼쪽), 이선희(사진=이데일리DB).


◇레드벨벳 케이팝 그룹으로 첫 北 공연

케이팝(K-POP)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중 레드벨벳이 예술단에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과거에도 젝스키스·핑클·베이비복스 등 당대 인기 아이돌이 북한에서 공연한 적 있다. 그러나 ‘남조선 날라리풍’으로 분류되는 케이팝이 북한에 정식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영정 실장은 “윤도현밴드가 처음 북한에서 공연했을 때도 낯설고 힘들어했지만 북한 당국이 공연을 거부하지는 않았다”며 “이번 예술단에 포함된 아이돌 가수의 공연도 북한 입장에서는 낯설겠지만 단독공연이 아닌 만큼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레드벨벳이 대표곡 ‘빨간 맛’을 북한에서 불러도 되는지에 대한 농담 섞인 우려도 나온다. 박영정 실장은 “북한은 레드벨벳이 어떤 팀이고 ‘빨간 맛’이 어떤 노래인지 잘 모를 것”이라며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개방적이다”라고 말했다. 박형일 협력관도 “실무접촉에서 레드벨벳의 팀 이름에 ‘레드’가 들어간 것에 대한 북측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은 과거에도 남한 가수들의 무대가 열렸던 익숙한 장소다. 동평양대극장은 약 1500석 규모의 실내공연장으로 윤도현밴드가 참여했던 ‘2002 MBC 평양특별공연’과 2008년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첫 북한 공연이 이곳에서 열렸다. 류경정주영체육관은 조용필의 2005년 평양 단독공연이 열린 곳으로 1만석이 넘는 대규모 공연이 가능하다. 박영정 실장은 “두 공연장 모두 평소 북한에서 자주 공연을 하는 곳이라 이번 공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을 위한 선곡과 무대 장비 설치 등의 실무적 문제는 남북이 협의를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남측 사전점검단이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통일부는 남한 예술단의 방북 경로로 항공기를 이용한 서해직항로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케이팝 그룹으로 첫 북한 공연을 하게 된 걸그룹 레드벨벳(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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