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식 다단계 특징을 띠는 범죄 특성상 주범이 아닌 중간 모집책들이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실형을 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간 모집책들이 유사한 범죄를 다시 저질러 피해를 키운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엄벌 의지와 함께 양형 상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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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이데일리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백혜련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도별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유사수신행위법)위반 사건접수 및 처리현황’ 자료를 보면 검찰이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피의자는 2013년 1532명에서 지난해 3223명으로 5년새 2.1배 증가했다.
하지만 재판장에 출석해 정식 공판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정식재판 회부 비율은 2013년 19%에서 지난해 15%로 5년새 4%포인트 낮아졌다. 검사가 유사수신 범죄자 5명 중 1명 정도만 정식 재판에 넘긴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은 벌금형 등을 처분하는 약식 기소는 2013년 7%에서 지난해 8%로 소폭 증가했다. 다만 불기소 처분 비율은 2013년 36%에서 지난해 25%로 같은 기간 1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다단계로 이어지면서 중간 모집책이 다시 다른 모집책을 통해 피해자를 양산하는 유사수신 범죄 특성 때문이다.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과장은 “중간 모집책은 가해자이면서도 때로는 피해자로 행동하기 때문에 처벌을 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검 관계자는 “유사수신 범죄의 정식재판 회부 비율은 전체 범죄의 정식재판 회부 비율이 2016년 8.9%, 지난해 9.5%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편”이라며 “유사수신 범죄 주범은 정식재판에 회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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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수신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법원이 유사수신법 위반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비율은 2013년 26%에서 지난해 15%로 11%포인트, 비율로는 42%나 줄었다. 같은 기간 집행유예는 38%에서 41%로 3%포인트 늘었고 벌금 등의 재산형도 33%에서 38%로 5%포인트 증가했다. 2013년에는 집행유예나 재산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보다 2.7배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4.4배로 늘었다.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 이대순 변호사는 “양형 기준이 없는 상황은 새로 등장한 범죄나 범죄 건수가 적은 경우에나 해당하는 것”이라며 “피해금액 4조원에 5만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낸 조희팔 사건 등 유사수신이 그동안 우리사회에 끼친 해악을 감안하면 사법부가 유사수신 범죄에 얼마만큼 미온적으로 대처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희팔 사건은 2004년 조씨가 대구에서 BMC라는 회사를 설립해 의료기 렌털 사업을 한 게 시발점이다.
유사수신법이 규정한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유사수신법은 위반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박상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이 규정한 형량 자체가 기본적으로 낮다”며 “이 때문에 범죄자들이 겁을 먹지 않고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출소 후 재범에 나서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