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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9층 이벤트홀. 한 의류매장을 방문한 60대 여성고객은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와 업계 모두 코리아세일페스타 보다는 ‘가을정기 세일’에 방점을 찍었다. 백화점 입구 대형 광고판에는 ‘SALE’이라는 문구만 보일 정도다.
점원도 고객도 모르는 세일행사
이른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2회째를 맞이했지만 찬밥 신세가 됐다. 현 정부에선 유통, 제조, 서비스 등 부문별 참여 업체 수를 작년 341개에서 올해 400개사 이상으로 늘려 내수 활성화를 노렸는데 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은 첫날부터 시큰둥하다. 업계에선 정권이 바뀐데다 업황이 어려워 코리아세일페스타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지난해 박근혜정부가 기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단일명칭으로 통합한 쇼핑관광행사다. 내·외국인을 아우르는 국가적인 관광 축제로 만들어 내수진작 효과를 키우자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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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인근 신세계 백화점 본점은 분위기가 더 한산했다. 고객보다 점원이 더 많았다. 5층 이벤트홀 의류매장의 한 직원은 “추석연휴라서 그런지 선물세트를 사려는 고객이 다 지하 1층으로 몰린다. 코리아세일페스타 때문에 일부러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벤트홀 내에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알리는 홍보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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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경품규모도 대폭 축소했다. 지난해 세일기간 분양가 7억원의 롯데캐슬 아파트와 연금 4억원 등 1등 경품만 총 11억원에 달했지만 올해는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8 총 100대가 전부다. “(웃음) 안됐네. 당연히 안 되겠지.” 한 고객은 백화점 내방 고객에게 스마트폰 추첨 기회를 주는 행사에 참여했다가 ‘꽝’이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때문에 경품행사를 하는지는 몰랐어요”라고 했다.
할인폭 줄어든 가전, 자동차는 ‘재고’
가전업계는 할인폭이 줄었다.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생활가전과 IT기기 등에 대해 삼성전자는 작년 최대 53% 할인율을 적용했지만 이번엔 38%로 15%포인트, LG전자는 최대 30% 할인으로 전년대비 10%포인트 줄었다.
자동차업계에선 최대 12%까지 차값을 할인하는 행사를 업체별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할인율이 높은건 대부분 재고차량이다. 연식변경 모델이 나온 차종은 그 이전 모델에 한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0000대 한정, 대상 차종 재고 소진시까지라는 단서를 붙이고 판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첫 행사 때는 정부 기조에 맞춰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했지만 이번엔 정부가 바뀐데다 업황이 어려워 판촉비용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