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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퇴근하자마자 시간 맞춰 공연장에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1시간 동안 짧고 굵게 공연하겠습니다. 휴대폰 전원은 꺼주십시오. 공연 중간에 업무 관련 ‘카톡’이 날아올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공연시작을 알리는 하우스매니저의 방송멘트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른 공연보다 이른 저녁 7시였지만 1100여석의 공연장은 이미 90% 가까이 들어찼다. 막 퇴근하고 온 직장인이 눈에 띄었다. 4년 만에 다시 부활한 ‘러시아워 콘서트’의 현장이다.
국내 공연시장은 새로운 관객유입이 적어 정체된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동으로 발표한 ‘2016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공연 관객 수는 3835만명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4년 연속 2억명의 관객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와 비교하면 공연은 여전히 대중에게 ‘문턱’이 높다. 공연장이 새로운 관객을 모으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는 이유다.
‘불금’을 겨냥해 시간을 조정한 기획공연도 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의 ‘별밤연극’이다. 금요일 오후 9시에 연극을 올린다. 오는 14일 첫 작품으로 연극 ‘우리의 여자들’을 선보인다. 지난해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 올랐던 작품으로 안내상·우현 등 친숙한 배우가 출연한다. 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의 조미경 대리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금요일 밤 공연을 시도했다. 관객반응이 좋아 올해부터 확대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두 차례 더 작품을 올려 브랜드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세종문화회관의 ‘온쉼표’, 마포아트센터의 ‘천원의 문화공감’ 등은 저렴한 티켓가격으로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공연티켓은 ‘단돈’ 1000원.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연은 평일 오후 8시’라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며 “공연시간에 대한 고민과 티켓가격대 안정화를 통해 공연장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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