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벚꽃 대선 표적된 부동산 보유세

대선 주자들 앞다퉈 "보유세 인상" 공약
부동산시장 타격 커 침체 늪 우려
'보유세 인상+양도세 인하' 등 세부 조정해 부작용 줄여야
  • 등록 2017-02-13 오전 5:30:00

    수정 2017-02-13 오전 5:30:00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대선시계가 빨라지면서 이른바 ‘벚꽃 대선’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헌재에서 3월 초나 중순에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 ‘꽃피는 봄’(4월 말~5월 중순)에 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수 있어서다. 정치권도 바빠졌다. 대선 출사표를 던진 주자들은 벌써부터 조직 정비와 공약 개발에 분주한 모습이다.

‘촛불 민심’이 옮겨붙은 것인가. 대선 주자들은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 등 ‘경제 좌클릭’을 외치고 있다. 2012년 대선 데자뷔가 따로 없다. 당시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재벌 개혁과 복지 확대 등을 대선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올해 대선에서도 다시 경제 민주화 논쟁이 점화할 조짐이다.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른바 ‘있는 자’를 겨냥한 과세 강화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보유세 강화다. 이미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세금을 거둬들인 후 국민에게 나눠 주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도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보다 낮다며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유세 확대는 전형적인 부동산 ‘좌파 정책’ 단골 메뉴다. 새로운 부동산 보유세를 만들거나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높여 세원을 늘린 뒤 복지 정책에 쓰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는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했을 때 2배정도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기에 보유세까지 강화되면 부동산시장은 더욱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뻔하다. 요즘 주택시장은 지난해 말 11·3 대책에 이은 가계부채 관리 대책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국토부가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과열지역은 규제하고 침체 우려가 보이는 곳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와 지원 정책을 펴겠다”며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보유세가 늘어나면 전·월세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집주인이 늘어난 세금만큼 임대료를 올리고, 이는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늘리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거래세(취득세와 양도소득세)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이어서 단순히 보유세가 낮다는 한 측면만 보고 접근할 문제도 아니다. 일방적인 보유세 인상 주장보다 거래세와의 균형, 즉 보유세를 올릴 땐 양도세를 내리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설익은 공약을 밀어붙였다가 부동산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르면 19대 대통령 선거는 오는 12월에 치러져야 한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벚꽃 대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기 대선의 가장 큰 맹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당선인은 인수 기간 없이 당선증을 받자 마자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인수위가 없다는 것은 공약을 검증할 시간도 덩달아 생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설익은 공약이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채 차기 정권 정책에 그대로 반영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선 정국에서 주거 복지 공약은 유권자의 표를 모으는 데 막강한 역할을 한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폭발력이 강하다. 그래서 대권 주자들이 너도나도 친서민적 부동산 공약을 앞다퉈 내놓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표가 탐난다해도 빈부 대립을 부추겨 판을 흔들고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욕심은 시장을 옥죄고 나라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는 덫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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