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놓친 특검 '朴-崔 수뢰죄'로 수사 급선회

특검, 朴·崔 수뢰죄 우선 입증 최우선 과제로 설정
제3자 뇌물죄 전제조건 기업 '부정청탁' 증명 어려워
특검 "공모관계 확신" VS 법조계 "일반인은 예외"
  • 등록 2017-01-23 오전 6:30:00

    수정 2017-01-23 오전 7:26:28

최순실씨(왼쪽부터)와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재호 조용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1)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3자 뇌물죄’ 대신 ‘수뢰죄’(직접 뇌물죄)를 우선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를 해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두 사람이 이익 공유 관계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수뢰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특검 내부의 판단이다. 제3자 뇌물죄의 경우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할 때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특검이 직접 증명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보다 손쉬운 수뢰죄 입증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최씨와 같은 민간인을 수뢰죄의 공범으로 적시한 사례가 흔치 않다는 점을 걸림돌로 지적한다.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 후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검 “朴·崔 공모했다면 뇌물수수 공범”

박영수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최씨와 박 대통령에 대한 수뢰죄 적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일반인(최씨)이 공무원(박 대통령)과 공모해 범죄를 저지르면 공범이라는 게 통설”이라며 “쟁점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형법 제129조 수뢰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형량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자격정지 10년 이하다.

특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박 대통령과 최씨의 수뢰죄 입증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최씨를 뇌물수수 공범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특검은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 액수에 관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금액을 기초로 전부가 될 수도 일부가 될 수도 있다”며 “다른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액 433억원 가운데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지원을 약속한 213억원이 유력하다.

이르면 23일 이뤄질 최씨 소환 조사에서도 수뢰죄 혐의에 대한 집중적인 추궁이 이뤄질 전망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최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는 등 다음달 초로 예정된 박 대통령 대면조사 전까지 수뢰죄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단 출연 대가성 입증 어렵자 방향선회

특검이 수뢰죄 입증을 우선 순위에 둔 것은 제3자 뇌물죄의 경우 혐의 입증이 만만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검은 삼성이 최씨에게 건넨 돈은 수뢰죄,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대기업 출연을 받은 것은 제3자 뇌물죄를 적용키로 정리한 상황이다.

특검 고위 관계자는 “미르와 K스포츠,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은 최씨 것으로 확정하기가 어렵다”며 “재단이 최씨와 박 대통령 소유가 아니지만 어쨌든 돈은 받은 만큼 제3자 뇌물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번 사안의 경우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돈은 삼성합병을 지원받기 위해서였다는 점, SK는 최태원(57) 회장의 특별사면 대가라는 점, 롯데가 낸 돈이 면세점 특허 추가 확보를 위한 대가라는 점 등을 특검이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때도 법원은 대가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캐내는 것은 지리한 작업이 될 공산이 크다. 특검이 SK나 롯데 등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崔에 수뢰죄…법조계 “전례 드물어” vs 특검 “문제 없어”

문제는 특검이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박 대통령과 최씨의 수뢰죄 입증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청탁 대가로 뇌물을 받는 건 기본적으로 공무원이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공무원 아닌 사람을 수뢰죄 공범으로 판단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이 기업의 청탁을 해결해주는 대신 돈을 받고 이익을 본 건 최씨인 구조”라며 “제3자 뇌물죄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또다른 서울지역 판사는 “특검이 제3자 뇌물죄 입증은 어렵다고 보고 수뢰죄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며 “최씨가 모든 그림을 그리고 박 대통령이 이를 따랐다는 얘기인데 입증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 특검보는 “일반인도 공무원과 공모해 범죄를 저지르면 공무원이 범한 범죄의 공범이라는 게 판례의 통설”이라며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

수뢰죄를 적용하려면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이익을 완벽히 공유하는 관계여야 한다는 대목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무원과 일반인을 수뢰죄로 엮으려면 이익 공유 차원을 넘어 아예 한 지갑이어야 한다”며 “그런 점을 판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3자 뇌물죄를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특검 관계자는 “공모 여부를 판단하는데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고 이익 공유 관계 등의 쟁점은 그런 기준들 중 하나일 뿐”이라며 “결국 박 대통령과 최씨가 실제로 공모를 했는지 밝혀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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