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기문 총장의 대권 도전을 주시한다

  • 등록 2016-12-22 오전 6:00:00

    수정 2016-12-22 오전 6:00:00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는 표현으로 대권도전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고 한다. 이달 말로 퇴임을 앞둔 가운데 그제 한국 특파원단과 가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다. 그동안 반 총장의 지지율이 자천타천의 예비주자들 가운데 줄곧 선두권을 달려 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이미 대권 레이스에 뛰어든 셈이다.

당선 가능성을 떠나 그가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여야 정치권에 각성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의 유엔 재직 경험이 구태의연한 정치 풍토를 바꾸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검증과정에서 제기될 수많은 의혹과 비난을 무릅쓰고 대선 출마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그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는 이유다.

(사진=AFPBBNews)
우선의 관심사는 내년의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미 정치판이 요동치는 처지에서 반 총장의 설 자리가 과연 어디냐 하는 점이다. 그 자신 “정치라는 게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느냐”며 기성 정치인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았으나 지금 여건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당초 그의 영입에 공을 들이던 새누리당이 탈당·분당 국면으로 치닫는데다 야권은 야권대로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반 총장이 지난 10년 동안 뉴욕에서 지내 왔으므로 국내 정치 환경에 적응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정치 상황을 바라보는 것과 직접 당사자의 한 명으로서 수시로 변하는 정치 흐름을 헤쳐나가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박원순·이재명 등 야권 주자들은 일찌감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중이다.

반 총장이 다른 예비 주자들에 비해 나이가 많다는 것도 분명한 단점이다. 새해가 되면 73세가 되므로, 일반인으로 보자면 진작 은퇴했을 나이다. 나라를 위한다는 충정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건강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일단 뛰어들면 퇴로가 없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점이다. 행여나 형편이 좋지 않다고 도중에 그만둘 것이라면 처음부터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게 본인이나 국민들을 위해서도 속 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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