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부스부터 밥차까지…촛불의 원동력은 자원봉사
지난 3일 6차 촛불집회 당시 교통 편의 안내 등 집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 모집한 자원봉사활동에 약 200명의 시민들이 자원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서 초와 피켓 등을 배부하고 의료 지원단의 위치를 안내하기 위해 운영한 11곳의 안내 부스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한다. 집회 현장 인근의 건물들은 화장실을 개방해 집회 참가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애견 까페를 운영 중인 김민진(30·여)씨는 지난 3일 가게 문을 닫고 거리에 나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김씨는 “한파에도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며 직접 끓인 보리차에 ‘하야수’라는 이름을 붙여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이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 지점까지 행진이 허용됐던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한 커피전문점은 ‘어머님, 아버님, 힘내세요!’라는 대형 펼침막을 내걸고 핫팩과 뜨거운 차를 무료로 제공했다.
카페 봄봄과 봄꽃장학회, 노동자 교육단체인 서울 노동광장 등이 함께 운영하는 봄꽃밥차는 촛불집회 덕에 유명세를 탔다.
카페 봄봄 운영진인 정용진(48)씨는 “촛불집회는 그야말로 한바탕 축제”라며 “‘그만 두유’를 보고 웃으며 재밌게 생각해 주셔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무료로 두유를 받아간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놓은 돈으로 다음 집회의 두유 물량을 준비하는 등 봄꽃밥차의 나눔은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선순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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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의료, 수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 기부도 촛불집회를 지탱해온 버팀목이다. 미술가 이강훈(43)씨가 지난달 19일 열린 4차 촛불집회 당시 제안한 꽃스티커는 불통(不通)의 상징인 ‘차벽’을 꽃벽으로 바꿔놓았다.
이씨는 예술 분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100만원을 모금받은 뒤 작가 26명의 도움을 받아 꽃 그림 스티커 2만 9000장을 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으로 시민들에게 배포한 꽃 스티커는 이번 집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5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 등장한 길이 7m·폭 5m 크기의 대형 풍선 ‘세월호 고래’는 건축가 김영만(54)씨가 지인들과 함께 사비를 털어 제작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고래를 타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며 만들었다”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국민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잊지 말고 기억하길 바랐다”고 했다.
서울시는 매번 집회마다 지하철과 버스 운행시간을 평소보다 30분~1시간 연장해 시민들의 귀가를 도왔다. 광화문광장 주변 민간 및 공공건물에서 약 210개의 개방화장실이 운영된 것은 서울시의 협조요청에 건물 관리자들이 흔쾌히 응했기에 가능했다.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주목받으면서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난 ‘민주주의의 위기’가 새로운 ‘민주주의의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혁명은 마리 앙투와네트를 쫓아내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헬조선 사회’를 뜯어고쳐 공정하고 행복한 사회를 요구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백 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집회와 시위에 참여해도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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