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가다] 스펙에 지친 대한민국 '미움받을 용기'를

아들러 심리학 열풍 현장
저자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와의 대화
독자 20여명 저마다 고민 쏟아내
"한국 돌풍, 모두의 고민 아우른 울림 덕"
  • 등록 2015-03-19 오전 6:41:15

    수정 2015-03-19 오후 12:38:43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일본인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오른쪽 두번째)와 고가 후미타케(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북카페 ‘산 다미아노’에서 열린 저자와의 만남에 참석해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인플루엔셜).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아들러 심리학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인플루엔셜이 지난해 출간한 ‘미움받을 용기’는 넉 달 만에 25만부가량 팔리며 대박행진 중이다. 학교, 가정, 직장 등에서 부딪히는 복잡다단한 인간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입시, 취업, 승진 등 삶의 고비에서 스펙 갖추기에 지친 대한민국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없다는 아들러 심리학 열풍의 이면을 최근 방한한 두 명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를 통해 들어봤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서 비롯된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성당 북카페 ‘산 다미아노’. 저마다 ‘미움받을 용기’를 손에 든 독자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일본인 저자들과의 만남을 위해서였다. 오후 2시 30분 시작된 강연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스 철학을 공부한 철학자인 기시미 이치로와 프리랜서 작가인 고가 후미타케는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첫 인사를 건넸다. 출판칼럼니스트 한미화의 사회로 진행한 이날 행사는 90여분간 이어졌다. 독자들은 실생활에서 겪는 고민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저자들은 쉽고 명쾌한 그러나 가볍지만은 않은 해법을 선사했다.

직장상사와의 불편한 관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직장인, 아들의 교우관계가 고민이라는 전업주부,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서 관계가 힘들다는 여학생, 손가락 장애로 인간관계가 쉽지 않았다는 대학생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이었다.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책이 왜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직장생활과 관련해 기시미는 “직장을 떠나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끝난다”면서도 “상사에 대한 지적은 인격모독이 아니다. 만약 지적하지 않으면 공동체 전체가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이어 “아이들의 교우관계는 기본적으로 아이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아이가 무엇인가를 극복하려는 상황에서 그것을 지켜봐 줄 수 있는 부모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들러 심리학 열풍과 관련해 고가는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에서 아들러 심리학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며 “어느 나라나 사람의 고민은 비슷한데 이 모두를 아우르는 공통의 울림이 신선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출간 넉달만에 25만부 판매돌풍 왜?

아들러 심리학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알프레트 아들러가 20세기 초에 창설했다. 아들러는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 사고를 강조하는 개인심리학을 창시, 현대 심리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콤플렉스(열등감)라는 단어를 처음 쓰기 시작했고 인간은 열등감 극복을 위해 발전해 나간다고 봤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프 융과 더불어 현대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린다.

국내 시중에는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서적이 10여권가량 출간된 상태. 특히 ‘미움받을 용기’의 경우 일본에 이어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친구, 연인, 부부, 가족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인플루엔셜 관계자는 “‘미움받을 용기’는 일본에서 80만부, 한국에서 25만부가량 판매됐다”고 밝혔다. 현 추세대로라면 국내서 누적 50만부 판매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윤현성 인플루엔셜 차장은 특히 “플라톤의 명저 대화편을 차용, 대본처럼 구성해 가독성과 읽는 재미를 높였다”며 “아들러 심리학 고수의 통찰력 있는 해석과 베스트셀러 작가의 맛깔스러운 글이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업률이나 노인자살률 등 각종 사회지표가 절망스러운 수준”이라면서 “책이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러 심리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존감을 갖고 살자는 이야기다.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소외된 자신감을 회복하자는 것”이라면서 “‘미움받을 용기’는 기존의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저자의 경험이나 유명세에만 기대지 않고 철학적 논거를 쉽게 풀어쓰는 방식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일본인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오른쪽 두번째)와 고가 후미타케(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북카페 ‘산 다미아노’에서 열린 저자와의 만남에 참석해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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