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둔갑 차단'..'슈도에페드린' 감기약 약국서 못산다

식약처, 슈도에페드린120mg 복합제 50개 전문약 변경 지시
"구매 접근성 악화" 비판
  • 등록 2013-09-23 오전 8:23:58

    수정 2013-09-23 오후 3:26:55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보건당국이 감기약에 ‘슈도에페드린’이 다량 함유된 제품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키로 했다. 필로폰을 제조하는데 슈도에페드린이 사용되면서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없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슈도에페드린’ 성분을 120mg 함유한 의약품을 오는 12월 18일부터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키로 했다. 대량 구매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지난 7년간 슈도에페드린으로 필로폰을 만든 사건이 4건 적발됐는데, 모두 약국을 돌아다니며 감기약을 무더기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슈도에페드린 성분의 안전관리 강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감기약 등에 함유된 슈도에페드린은 콧물 치료에 사용되는 성분으로 그동안 부작용의 가능성이 낮은 안전한 약물이라는 이유로 일반의약품으로 관리돼왔다.

식약처는 지난 2006년 슈도에페드린 성분으로만 구성된 단일제를 전문약으로 전환했다. 당시 슈도에페드린과 다른 성분이 섞인 복합제는 슈도에페드린만을 떼 추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일반약으로 유지했다. 현재 슈도에페드린을 함유한 제품은 총 700여개에 달한다.

그럼에도 유사 사건이 끊이지 않자 식약처는 더욱 강화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당초 식약처는 약국에서 슈도에페드린을 대량 구매할 수 없도록 판매량을 제한하는 방식을 검토했다. 하지만, 판매량 제한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유관단체 간담회 및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 결과 등을 토대로 슈도에페드린 고함량 제품을 전문약으로 전환키로 했다.

특히 슈도에페드린 단일 성분의 전문약보다 더 많은 슈도에페드린을 함유한 제품은 복합제라는 이유로 일반약으로 유지한 것은 안전관리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크게 반영됐다.

현재 전문약으로 허가된 단일제의 슈도에페드린 함량은 30~60mg 수준이다. 일반약으로 허가받은 복합제는 슈도에페드린이 한 알당 최대 120mg까지 함유됐다. 똑같은 성분인데도 오히려 위험성이 더 큰 약물은 약국 판매를 허용해온 셈이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슈도에페드린이 안전한 약물이라는 이유로 일반약으로 사용했음에도 마약 제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비과학적인 결정을 내렸다”면서 “소비자들은 그동안 약국에서 쉽게 구매했던 콧물약을 구하기 위해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슈도에페드린이 120mg 함유된 제품은 총 50개 품목으로 유씨비제약의 ‘지르텍노즈’, 한미약품(128940)의 ‘코싹’, 한독약품(002390)의 ‘알레그라디’, 종근당(001630)의 ‘쿨노즈’ 등이 있다.

▶ 관련기사 ◀
☞ '감기약이 필로폰으로 둔갑'‥안전관리 외면한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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