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김황식 총리 "공직은 직업이 아니라 소명"

정부시무식 열려
  • 등록 2012-01-02 오전 9:08:06

    수정 2012-01-02 오전 9:08:06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김황식 국무총리는 2일 "올해가 사실상 이명박 정부가 일하는 마지막 해인만큼 각 부처에서는 새 일을 찾아내는 것보다 이미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제대로 정착되고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정부 시무식에서 "새해에는 보다 넓고 깊은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균형감을 갖고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공직은 특별한 직업"이라며 "영어로도 공직은 `Job`이라고 하지 않고 소명, 즉 `Calling`이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이 긍지와 자부심으로 일하고 보람으로 보상을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새로운 일이라도 국가의 장래와 이익을 위해 금년에 시작함이 마땅한 일이라면 다음 정권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미루거나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챙겨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의 `경사이신(敬事而信)`이라는 말처럼 국민들은 우리 공직자들이 어디까지나 일을 정성스럽게 처리하고 믿음있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부시무식 신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자리를 함께 하신 국무위원과 고위 공직자 여러분, 그리고 전국의 공직자 여러분!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용이 창공을 향해 힘차게 비상하는 것처럼, 우리의 국운도 크게 융성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의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먼저 이 자리를 빌려 지난 한 해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정 각 분야에서 헌신적으로 일해 주신 공직자 여러분의 노고에 대해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글로벌 재정위기와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1조 달러 달성이라는 역사적 위업을 이뤄냈습니다. 또한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세계중심국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튼튼히 다졌습니다.

EU와의 FTA가 발효되고 미국과의 FTA도 국회비준을 마쳐, 이제 거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아시아 유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닙니다. 성장․고용․무역 등 거시경제지표에 비하여 서민생활은 높은 물가와 전세가, 생계비 부담 등으로 좀처럼 펴지지 않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잡지 못해 결혼해서 자녀를 가질 엄두를 못 내고 있고, 현장을 다니다 보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힘들어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올해 정부는 공생발전의 기조 위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흔들림 없이 해결해 나감으로써 ‘선진일류국가’ 건설의 탄탄한 토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또 그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들이 하나하나 결실을 맺어 정책효과가 국민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착실히 마무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을 직접 확인하여 점검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부터도 총리에 취임한 이래 역점 추진해 온 공정사회, 친서민정책, 교육개혁, 일자리 창출, ODA 선진화 등 주요 과제들을 꼼꼼히 챙겨볼 것입니다. 올해는 정책현장을 더 자주 돌아보고 국민들과 소통하는 데도 더 많이 노력할 생각입니다.

전국의 공직자 여러분, 금년 한해 우리의 국정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매우 어렵고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재정위기의 여파로 미국과 EU의 경기전망이 밝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과 성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급속히 이동하고 글로벌 리더십이 재편의 와중에 있는 가운데 한반도 주변 강국들은 정권교체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앞날은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어려운 여건들을 떨쳐내고 ‘선진일류국가’라는 우리시대의 소명을 이뤄내려면 올 한해 공직자 여러분께서 더욱 비상한 각오로 나서 주어야만 합니다. 요즘 국내외의 여러 현안들로 걱정들을 많이 하시는 줄 압니다. 그러나 문제점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가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을 할 것이 아니라 이를 현명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헤쳐나가야 합니다.

어떤 소설책에서, “적이 나를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나에게 있을 것이다”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는 내가 가진 조건을 잘 알고 활용한다면 결코 지지 않는다는 취지일 것입니다.

여기에서 보듯 우리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고 남보다 더 앞서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년 한 해는 무엇보다 세계경제의 침체로부터 우리 경제의 활력을 지켜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출과 내수가 위축되면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서민들의 어려움도 더욱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기업들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애로요인들도 적극 해소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기술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성장동력 과제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의 화두입니다. 이제는 가시적 성과 도출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 활력의 유지는 공생발전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이뤄져야 하며 일자리 창출, 복지사각지대 축소, 서민생계비 부담 완화 등 민생안정에도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특히 일자리는 최대의 복지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습니다만, 전 부처가 합심하여 청년, 장애인, 노인 등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한정된 복지재원이 누수 되지 않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범부처 복지정보 통합관리 사업’과 같은 복지전달체계 개선방안도 이명박 정부 임기 내 완료를 목표로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사회통합과 공생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한 대책들도 차질 없이 이행하고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올해는 한미 FTA가 발효될 예정인 만큼 예상되는 피해요인들을 사전에 대비하고 FTA가 실질적으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여야 합니다.

연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해 앞으로 일어날 북한의 변화와 그것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 할 것입니다.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이끌어 나가야 하겠지만, ‘안보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주변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안보태세를 강화하여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전국의 공직자 여러분,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해입니다. 이들 선거가 헌정사상 가장 공정한 선거로 치러질 수 있도록 엄정히 관리해주기 바랍니다.

또한 선거과열로 인해 사회갈등이 확산되거나 포퓰리즘으로 사회분위기가 들뜨고 국정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공직자 여러분이 법과 원칙, 객관적 기준에 입각하여 주요 정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국정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흔들리면 국민들도, 국가의 토대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야말로 선진일류국가로 나아가는데 있어 가장 소중한 국가의 무형자산입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들의 신뢰를 져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공직은 특별한 직업입니다. 영어로도 공직은 ‘Job’이라고 하지 않고 소명, 즉 ‘Calling’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긍지와 자부심으로 일하고 보람으로 보상을 삼아야 합니다.

존경하는 전국의 공직자 여러분, 저는 연말에 국무총리실 업무보고 자리에서 2012년 새해에는 보다 넓고 깊은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균형감을 갖고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올해가 사실상 이명박 정부가 일하는 마지막 해인만큼 각 부처에서는 새 일을 찾아내는 것보다 이미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제대로 정착되고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중학교 시절 은사님 한 분이 100미터 달리기를 할 때 대부분의 학생이 결승선을 앞두고 자기도 모르게 속도를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결승선이 110미터, 120미터 지점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달리라고 했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우리도 그런 자세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새로운 일이라도 국가의 장래와 이익을 위하여 금년에 시작함이 마땅한 일이라면 다음 정권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미루거나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챙겨나가야 할 것입니다.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의 ‘경사이신(敬事而信)’이라는 말처럼 국민들은 우리 공직자들이 어디까지나 일을 정성스럽게 처리하고 믿음 있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모쪼록 올 한 해 사명감을 갖고 이왕 하는 일, 재미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 가로놓인 난관은 여러분이 중심이 되어 다시 한 번 분발해 준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여러분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우리 다 같이 다시 한 번 크게 힘을 냅시다.

올 한 해 공직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하며,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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