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황현이기자] 최근
삼성전자(005930)에 대해 순매도 행진을 펼치고 있는 외국인의 속내가 화두가 되고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은 종합주가지수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세가 언제쯤 잦아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현재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55.50%를 기록, 지난 4월 중순의 사상 최고치인 60.13%에 비해 5% 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15일 실시된 3분기 실적발표를 전후해 11일 매매일 연속으로 평균 수십만주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삼성전자의 실적이 3분기 이후로도 당분간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마침 회사측이 시행하고 있는 자사주 매입을 매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적 악화 우려가 제기된 마당에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삼성전자 투자비중을 축소할 필요가 생겼는데 삼성전자측이 주가를 떠받치고 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차익실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 400만주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현재 60% 가량 진행됐고 이 같은 추세라면 11월초에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론상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이 기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역으로 자사주 매입이 끝나는 즈음에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라는 기업 자체에 대한 투자매력이 줄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적발표 이후 작성된 외국계 증권사들의 보고서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 일부 외국계 `강력매수` 제시..60만원대 목표주가
외국계 증권사들 가운데 특히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강력 매수(Strong Buy)`를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목표주가는 현재 주가보다 20만원 이상 높은 66만원이다.
3분기 실적이 자체 추정치를 밑돌긴 했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실적 사이클이 반등할 전망이고 최근 급락세와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한돼 있다고 노무라 증권은 설명했다.
UBS증권도 삼성전자 긍정론자에 속한다. 핸드폰 사업부의 실적이 예상보다는 못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소폭 하향 조정했지만 투자의견을 `매수1(Buy1)`로 유지했다.
BNP파리바증권은 목표주가를 9만원이나 낮추기는 했지만 아직 60만원대의 가격과 투자의견 `시장수익률상회(Outperform)`을 고수하고 있는 경우.
파리바는 올해 3분기에 2조원대로 급감한 분기 영업이익이 내년 2분기까지 2조8000억원~3조원 사이에서 횡보하다가 3분기 들어 3조원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도 실적과 마찬가지로 내년에 점차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증권은 이색적으로 목표주가를 50만원대 중반으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LCD와 핸드폰 사업부가 부진했지만 D램·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사업부가 견고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 "모멘텀은 없지만 싸기 때문에 매력적"이라는 분석도
당분간 주가에 모멘텀이 없다는 점은 시인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잠재력을 따져 현재의 주가 수준을 바닥으로 여기는 증권사도 있다.
리만브라더스증권은 "삼성전자가 어떠한 잠재적 위험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믿음이 더욱 커졌다"며 "삼성전자의 주가는 45만원 이하에서는 대단히 매력적(very attractive)"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삼성전자 주가는 역사적 범위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관점에서는 10~15% 정도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CLSA증권은 3분기의 실적 부진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60만원대에서 50만원대로 내렸지만 밸류에이션상으로는 매력적이라며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했다.
다이와증권도 목표주가를 낮추기는 했으나 "하락보다는 상승 잠재력이 더 크다"며 특히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이 견고하다면 40만원이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일부는 목표가 하향 등 매도 분위기 `동참`
이와 대조적으로 일부 증권사는 3분기 실적을 계기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거나 종전의 보수적인 관점을 재확인하면서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와 발걸음을 같이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추후의 실적 악화가 아직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TFT-LCD 사업과 핸드폰 사업부의 실적이 더욱 나빠지고 반도체 사업부도 정체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51만5000원에서 46만8000원으로 낮췄다.
특히 영업이익이 내년 2분기에 2조원을 깨고 내려간 뒤 계속 감소해 3분기면 1조5000원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같은 전망에 기초해 주가가 중단기적으로 10~2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이치방크와 맥쿼리증권은 나란히 40만원대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이들 증권사는 또 3분기 실적을 통해 최악의 상황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현재의 추정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목표주가나 투자의견 하향 조정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삼성전자 3Q 실적발표 이후 외국계 의견
◇ 자사주 `안전판` 이후의 행보에 촉각
국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들의 시각과는 별도로 자사주 매입 기간에는 외국인의 순매도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외국인은 한번을 제외하고는 자사주 매입 기간에 빠짐없이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동원증권 민후식 팀장은 경험적으로 자사주 매입이 70~80% 진행된 시점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눈에 띄게 진정됐다고 지적했다.
총 400만주의 취득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21일까지 거래가 체결된 물량은 243만9980주. 매매일 평균 약 15만주를 취득했던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조만간 민 팀장이 제시한 분기점에 이르게 된다.
(자료=서울증권)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자사주 매입이나 삼성전자의 실적 모멘텀보다는 유가 등 외부 변수들이 외국인의 움직임에 한층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 팀장은 추후의 외국인 동향을 점치기 위해서는 국제유가와 환율, 반도체가격 등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증권 김장열 팀장은 자사주 매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주목했다. 김 팀장은 "삼성전자 주가를 일정한 수준에서 담보해 주던 자사주 매입 기간이 끝나면 외국인은 손절매와 보유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 결과가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등 대외여건이 나빠지면 결국 손절매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