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지난 8일 폭행 혐의로 고소된 미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팀의 김병현 선수는 정말 스포츠지 사진기자를 폭행한 것일까? 세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경찰이 이를 밝혀줄 당시 현장 CCTV 화면의 내용 일부를 지난 15일 밝혔다.
이날 서울 강남경찰서는 당시 사건이 빚어졌던 현장인 서울 역삼동 스포츠클럽 내부의 CCTV 화면을 분석, “CCTV 화면에 김 선수가 기자의 옷을 잡은 채 끌고가고 넘어뜨리는 장면이 담겨 있어 이는 상당한 증거로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선수의 폭력이 실재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후 8시15분쯤부터 약 1분간 찍힌 김 선수 관련 CCTV 화면은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이 같은 발표가 알려지자 김 선수측은 매스컴을 통해 “실랑이는 있었지만 그것이 법적으로 폭행에 해당한다면 응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폭행한 사실은 없으며 사과해야 할 쪽은 오히려 사진기자”라는 김 선수의 입장에서 다소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또 양측이 동의해 CCTV 화면을 언론에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김 선수측은 이날 “CCTV에 사건 발단부터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만 찍혀 있다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공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선수측도 ‘맞불’을 놓을 태세다. 김 선수의 매니저는 “사진기자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찍지 말라는 데도 허락 없이 사진을 찍어 김 선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사진기자와 소속 스포츠신문사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폭행사건을 두고 왜 일주일째 지루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일까? 이 과정에서 전치 4주의 진단서를 발급받아 입원해 있는 사진기자측은 김 선수의 ‘폭행’ 장면을 봤다는 목격자를, 김 선수는 ‘기자가 먼저 반말하는 장면’을 목격한 목격자를 내세우기까지 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폭행’ 여부의 공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양측의 진술이 거의 일치한다”고 해석했다. 다시 말해 동일한 상황을 두고 김 선수는 ‘자신의 초상권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실랑이’로, 기자는 ‘폭행을 당한 것’으로, 각각 한쪽만 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편 CCTV 화면 내용이 김 선수의 폭행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경찰은 “화질이 식별 가능해 증거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지 김 선수의 폭행을 입증한다는 뜻은 아니며 김 선수가 초상권 보호를 위해 자기 방어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어 폭행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