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사병보다 열사병이 더 위험, 사망 이르기도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불쾌감이나 권태감, 집중력 저하 등의 가벼운 증상은 누구나 겪는다. 폭염 같은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땀을 흘리는 등 생리적 반응으로 열을 발산시켜 체온을 조절한다. 그러나 고온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체온조절기능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나타날 수 있는 온열질환이 열사병이다.
일사병(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더운 곳에서 운동 등 신체적 활동을 열심히 했거나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면 심박수가 빨라지고 구역, 구토, 어지러움, 두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일사병보다 위험한 열사병은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외부의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 기능을 상실한 상태로, 지나치게 더운 장소에 오래 있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열사병의 주요 증상은 40°C 이상의 체온, 뜨겁고 건조한 피부, 중추신경계 이상(의식 저하, 섬망, 혼수, 발작) 등이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 온열질환 예방, ‘물·그늘·휴식’ 기억하세요!
특히 만성질환의 80세 이상 고령층과 체온 조절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의 경우에는 온열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 따라서 무더운 날에는 지나친 신체활동이나 야외활동을 피하고, 어린이의 경우 차에 혼자 있거나 밀폐된 공간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보호자가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또한 고령 및 만성질환자는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실외 활동 중 수시로 물을 충분히 마셔줘야 한다.
박재민 교수는 “일사병의 경우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수분을 섭취하면서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호전되지만, 열사병은 치사율이 높아 온열질환 중 가장 위험하다”며 “체온이 상승하고, 의식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시원한 장소로 옮긴 후 젖은 수건이나 부채질 등을 통해 체온을 내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만약 휴식 후에도 현기증, 메스꺼움, 근육경련 등 의식변화의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119에 신고 또는 신속히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 감기와 비슷한 ‘냉방병’의 모든 것
냉방병이란 용어는 주로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고 있으며, 엄밀한 의미의 의학 용어는 아니다. 냉방병은 여름철 냉방과 관련되어 일어나는 가벼운 감기, 몸살, 두통, 소화불량, 권태감 등과 같은 임상 증상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라고 볼 수 있다.
냉방병을 예방하고, 냉방병의 증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어컨의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긴 소매의 덧옷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실내외 온도가 너무 차이 나지 않도록 지나친 냉방을 피하고, 25~28도로 적정한 실내 온도와 40~60%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박재민 교수는 “냉방병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충분한 휴식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지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