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막바지에 이르면서 박광온, 임종석 등 민주당 내 주요 인물들이 잔류를 선언했고 민주당 공천 내홍도 가라 앉게 됐다. 홍 원내대표도 비로소 자신의 지역구이자 민주당 험지인 ‘서초을’ 지역구 선거 운동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3월 중순이 지나 지역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홍 원내대표와 동행해 그간의 심경을 들었다. 이날 공개 일정만 10개였던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공천, 임종석 전 실장과의 뒷얘기 등을 진솔하게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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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가 흩뿌리던 12일 오전 7시 방배역 4번 출구 앞. 제1야당 원내대표인 홍 원내대표가 하얀 점퍼를 입고 섰다. 그는 하얀 손장갑을 끼고 지나가는 차량과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일부 시민이 그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해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손에 낀 장갑을 빼고 맨손으로 시민들의 손을 잡아줬다.
1시간 정도 지나자 그의 하얀색 승합차가 달려왔다. 국회 원내대표로서의 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수행하는 비서진이 “어제(11일) 밤 12시까지 비공개 회의를 했다”고 귀띔해줬다. 자리에 앉은 홍 원내대표 안경 밑으로 다크서클이 진하고 깊게 세겨진 게 보였다.
음료수로 간단히 목을 축인 홍 원내대표는 휴대전화부터 열어봤다. 인사하는 1시간 동안 온 전화와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그나마 오늘 같은 날은 전화가 덜 온 편”이라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천 문제로 의원들과 통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두어차례 통화가 있은 후에야 대화 기회를 갖게 됐다.
민주당 공천에 대해 묻자 홍 원내대표는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공천할 때 지지율이 조금 빠졌는데, 이제는 좀 다행인 것 같다”면서 “공천 과정에서 일부 이탈한 사람들이 있지만 핵심적인 분들이 많이 수용해줬다”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당내 대표 비명계였던 홍영표 의원의 컷오프(공천배제)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내 입장에서는 한 명이라도 탈당을 줄이려고 했다”면서 “홍영표 의원은 경선만 할 수 있게 해 줘도 탈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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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차량은 출발 40분만에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 도착했다. 이날 홍 원내대표는 ‘비공개 원내대책회의’, ‘공개 원내대책회의’, ‘비공개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선대위 출범식’ 일정을 소화했다.
바쁘게 민주당 일정을 보낸 홍 원내대표는 오전 10시 5분 서초구청을 향했다. 외식중앙회 서초구지회 행사에 내빈으로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차에 탄 그에게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 물었다. 기자가 “임 전 실장이 홍 원내대표가 험지에 출마했다고 많이 걱정했다”고 전해주자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제 코가 석자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홍 원내대표는 “2000년대 임 전 실장이 초선 의원일 때 인연을 맺게 됐다”며 “그전 대학생 때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임 전 실장은 남북 문제 등에 깊이 토론할 대상자가 필요했고 그게 인연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홍 원내대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재직하고 있었다.
이들의 인연은 임 전 실장이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자로 홍 원내대표를 추천하면서 새 전기를 맞게 됐다. 정치적 동지가 된 것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를 맡고 있던 홍 원내대표는 19~21대까지 내리 3선을 성동구에서 했다.
지난 2022년 7월 홍 원내대표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버티기만 해도 4선이 가능한 중구·성동갑을 나와 민주당 험지 서초을로 자리를 옮건 것이다. 서초을은 1987년 개헌 이후 단 한번도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곳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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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50분 차량은 서초구청에 무사히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튀어 나가듯 그는 뛰어 나갔다. 덩달아 그의 비서진들도 가방과 카메라를 챙겨 달렸다. 행사가 끝나기 전이라도 참석해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서초구 우면사회복지관에 들러 배식 봉사를 했다. 그나마 이 행사만큼은 늦지 않게 도착해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수 있었다.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은 상황에서 민주당 험지에서 선거운동까지 하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홍 원내대표는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는 “원내대표라는 직책도 지역구에 오면 별 소용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장점 하나는 분명히 있는데, 지역에서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얻으면 잃는 게 있고, 잃으면 얻는 게 있다”면서 “그게 정치”라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 공천과 일련의 사태를 두고 하는 말 같아 무겁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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