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머리카락이야”…남편 관심일까 의처증일까[양친소]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 등록 2023-06-24 오전 10:24:02

    수정 2023-06-24 오전 10:24:02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양친소 사연>

남편은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심지어 화장실만 다녀와도 제게 뭘 했는지 자꾸 묻습니다. 처음엔 저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했지만, 결혼 3년 차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특히 제가 휴대전화로 누구와 연락하는지 채팅하는지 너무 궁금해합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고 싶다고 하면서 어린 자녀들의 휴대폰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깔자고 하는 겁니다. 제가 싫다고 하니까 숨기는 게 있냐면서 추궁하고 압박하는데, 지쳐서 그냥 깔아줬습니다.

한번은 집에서 남편 머리카락보다는 길고 제 머리카락보다는 짧은 머리카락이 나왔습니다. 이게 누구 머리카락이냐며 이 문제로 일주일을 괴롭힘 당했고요. 이 일로 저는 청소를 할 때 강박적으로 머리카락을 치우고 있습니다.

가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지인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왜 다른 남편 사진을 보냐’며 화를 냅니다. 제 휴대전화에 낯선 번호가 있으면 누구냐고 추궁하는데, 그 사람과 직접 통화해야 싸움이 끝이 납니다.

저도 일하는 사람인데 거래처 사람이며 일하며 만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번 이런 식이니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남편은 자신의 행동이 관심이라고 하는데 저는 의처증 같습니다. 도저히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데, 남편은 이혼은 절대 안 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의 행동은 의처증일까. 관심일까.


△의처증은 배우자가 성적으로 부정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증상입니다. 아무런 증거 없이도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확신해 거듭 배우자를 의심하고 추궁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연 속 남편은 아내의 휴대전화에 관리앱을 설치하도록 강요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의 SNS나 전화통화 상대방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반복해왔습니다. 이는 남편이 아내를 의심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남편의 행동은 의처증에서 비롯됐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아내가 어쩔 수 없이 동의했지만 아내의 휴대전화를 감시하는 건 불법 아닌가요.

△개인정보 및 사생활보호는 부부 사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의 행동은 아내의 개인정보나 위치정보를 침해한 행위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휴대전화에 관리앱을 설치하는데 동의했다는 변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아내의 동의는 남편의 추궁과 압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동의라고도 볼 수 없습니다.

-남편의 행동은 이혼 사유가 될까요.

△사연 속 남편은 아내의 부정행위를 의심하면서, 아내가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하고 아내에게 집착해 갈등을 일으키는 행동을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치료나 상담을 권유하는 아내의 말을 무시한다거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해 이혼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남편이 이혼을 반대하는데, 사연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남편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재판상 이혼을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판상 이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탄 사유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아내를 의심하면서 추궁하는 내용의 대화 녹음, 남편이 직접 통화를 요구했던 아내 지인들의 진술서, 아내가 있는 장소와 귀가 시간을 계속해서 묻고 체크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아내에게 수시로 전화를 시도해 온 통화목록 등이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상담이나 치료를 거듭 제안해왔다는 내용의 녹음이나 메시지 등도 확보해두면 좋겠습니다.

-의심받는 아내의 주변인들이 남편에게 법적 조치를 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심해져 배우자의 직장동료, 친구, 지인을 상간자로 의심하고 무리하게 손해배상청구소송(상간소송)을 제기했다가 상당한 비용을 물어준 경우가 있었습니다.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범죄행위를 저질러 형사처벌까지 받았던 사례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사연 속 남편의 행동만으로는 아내의 주변인들로부터 법적 책임을 추궁당할 상황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의처증도 망상장애의 일부이고 심해질 경우 폭행, 자해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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