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지 대표 “美에 디지털 치료제 규제 수출, 글로벌 물꼬 트였다”

디지털 치료제 2.0 시대부터 본격 상업화
건강보험 혁신 개정이 디지털 치료제 시장 성장 좌우
  • 등록 2023-05-15 오전 7:30:32

    수정 2023-05-15 오전 11:10:40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2호 영업사원께서 큰 역할을 해 주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측과 만나 인공지능 및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규제에 대한 협력을 약속받으면서 터닝포인트 발판이 마련됐다. 디지털 치료제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규제 산업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규제가 수출돼서 해당 국가의 규제 기준이 된다면 규제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디지털 치료제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큰 기회가 열렸다.”

12일 서울 강남 웰트 본사에서 만난 강성지 대표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것과 관련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이같이 밝혔다.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꼽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정부와 정부 간의 스킨십을 통해 글로벌 진출의 큰 장벽이 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대표가 언급한 2호 영업사원은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미국 순방에서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것과 관련, 오 처장에 대해 이같이 표현한 것이다. 실제 오 처장은 지난달 27일 로버트 칼리프 FDA 기관장과 만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제품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규제 등에서 양국 협력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는 아직 구체적인 규제가 완성되지 않는 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입법부와 미국 입법부의 공동 작업도 논의해 볼 수 있는 장이 열렸다는 게 큰 의미다. 이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마치 규제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 규제와 기술, 제품이 같이 움직여야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 웰트도 미국 진출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과학적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숙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스마트벨트를 개발하는 웰트를 설립했다. 2014년 삼성전자 사내 벤처로 출발했고, 현재는 디지털 치료제 업계 최일선에서 관련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최근에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WELT-I’가 식약처 허가를 획득해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강성지 웰트 대표.(사진=송영두 기자)


디지털 시밀러→디지털 베터가 상업화 시작점

강 대표는 현재 허가받은 ‘WELT-I’를 디지털 (치료제)시밀러라고 표현했다. 나아가 업데이트를 통해 디지털 (치료제)베터 지위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개발된 제품들은 해외에서 먼저 나온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들을 따라잡기 위해 고민한 제품이다. 의약품과 비교하자면 바이오시밀러와 같다”면서도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인 만큼 업데이트를 거치면 디지털 치료제 베터로서 신약 역할을 할 수 있고,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WELT-I’도 현재의 1.0 버전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2.0, 3.0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다.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는 환자 중심 의료 정보 시스템이다. 의사가 특정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만 부여하는 소프트웨어”라며 “기술 및 학문적인 진보가 이뤄지고 나서 그 결과가 ‘WELT-I’ 2.0, 3.0으로 업데이트될 것이다. 그때가 상업화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강성지 대표 제공)


“전기차 보조금 주듯, 건보 혁신 개정 절실”

디지털 치료제는 상시적으로 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2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갈 경우 처방과 처방 사이에 나타나는 갑작스러운 증상들을 서치하고 케어하는 부분에서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공백을 메꾸는 것이 예측과 예방 기술이고, 디지털 치료제이다. 강 대표는 이를 초단기 예측 기술이라고 표현하며, 웰트와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 환자들은 의료 공백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병원을 갔다와서 다시 갈 때까지의 공백기다. 그런 부분들을 디지털 치료제를 통해 예측이 되고 예방할 수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웰트가 앞서나갈 수 있다”며 “디지털 치료제가 한 시간 뒤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하는 것이 초단계 예측이다. 질병 발생을 예측해 병원과 연동 되고, 지체없이 병원에서 모든 정보를 습득 및 치료 준비를 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는 한국만이 가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가진 우수한 인프라와 기술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디지털 치료제 업계는 여전히 분주하다. 올해 1, 2호 품목허가를 획득한 제품이 탄생하면서 업계 시선은 보험 급여 정책을 향해 있다. 다행히 정부 측과 큰 틀에서 문제없이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산업 파이를 키울 수 있는 혁신 수가가 절실하다는 게 강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디지털 치료제 수가 문제는 잘 협의가 되고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 혁신 수가를 적용하면 관련 산업 파이가 훨씬 커질 수 있다”며 “과거 신규 산업이던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해 시장을 키웠듯이 정부 차원의 혁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내 혁신 개정이라는 정부 방안도 언급된 바 있다. 앞서 대통령 보고로 발표됐던 사안이다. 이를 통해 훨씬 더 현실적인 지원이 가능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기술 발전과 파급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웰트는 삼성벤처투자, 한화투자증권, 스마일게이트, 한독 등으로 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디지털 치료제 미래를 내다 본 강 대표의 혜안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삼성의 IT 기술력, 스마일게이트의 소프트웨어 기술력, 한독의 신약개발 능력, 한화의 보험 사업 등 연계해 향후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웰트는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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