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정의’와 ‘공정’ 열풍을 일으켰던 샌델 교수가 이번에 꺼내 든 화두는 ‘위기의 민주주의’다. 최근 펴낸 책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와이즈베리)에서다. ‘공정하다는 착각’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간이다. 그는 “민주주의는 정말 선한가?” 질문하며 민주주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건다. 그리곤 생생하고 치열한 토론의 한복판에 독자를 끌어들인다.
장하준 교수의 새 책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부키)는 쉬운 경제 안내서를 표방한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마늘 얘기를 서문 삼아 도토리, 코코넛, 멸치, 국수 등 음식 얘기로 경제 얘기를 펼친다. 그에 따르면 음식 이야기는 일종의 ‘미끼’다.
민주주의는 사실 새롭지 않은 키워드다. 오래됐을 뿐 아니라, 정치권의 남발로 듣기만 해도 피로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샌델 교수는 왜 지금 다시 ‘민주주의’를 꺼내 든 것일까.
책은 1996년 미국에서 출간한 초판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원제 Democracy’s Discontent)을 20여년 만에 전면적으로 고쳐 쓴 개정판이다. 헌법 부분을 들어내고 정치경제 담론에 집중해 4분의 1 이상을 다시 썼다.
샌델은 초판 이후 민주주의의 불만이 훨씬 깊어지고 심지어 퇴보했다고 우려한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민주주의(정치)와 자본주의(경제)가 불편한 공존을 이루게 된 서사를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현재의 민주주의가 불만을 넘어 왜 분노의 대상이 되었는지 탐구한다.
대중은 일자리 감소, 임금 정체, 엘리트들의 무시 등으로 불만을 쌓아가고 있었지만 정치는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이런 불만들을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 경제 권력과 논리가 정치를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대중의 불만은 2016년 트럼프 당선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표출됐다는 게 샌델의 주장이다.
“시민이 된다는 것은 자기가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식을 고민한다는 것이고, 또 자기를 온전하게 인간적 존재로 만들어주는 미덕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는 뜻이다.”
책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마늘, 도토리, 쇠고기 등 18가지 음식 재료를 예로 들어 경제 현상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한다.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코코넛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가난한 원인을 살피는 식이다. 쇠고기 챕터를 보면, 남미 축구 얘기로 시작해 쇠고기 이야기를 거친 후 국제무역 체제의 문제를 짚는다. 고추 부문에서는 쓰촨요리로 시작해 돌봄 노동을 이야기하고, 모두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육류 닭고기 이야기를 통해서는 공정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회의 평등뿐 아니라 결과의 평등까지 보장해야 함을 일깨운다. 딸기를 통해선 자동화를 얘기한다.
책에서 저자는 경제학을 “부드럽고, 편안하고, 심장을 녹일 듯”(64쪽) 맛있는 경제지식으로 요리해 내놓는다. 장 교수는 음식에 관심이 많고 요리도 잘 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그는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가장 잘하는 요리를 맛깔스럽게 묘사했다. “가지에 소금을 뿌려서 물을 뺀 다음에 볶아서 오븐 틀 위에 깔고, 그 위에 약간 데친 파스타를 깔아요. 마늘은 레시피보다 5배 정도 왕창 넣어 바질 토마토소스 만들고 그 위에 모차렐라·파르메산·리코타 치즈 세 가지를 뿌려 오븐에 굽는….”
장 교수의 말을 빌리면 이 괴상한 책은 경제 문맹 퇴치용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모든 게 경제논리에 따라 결정되므로, 모든 시민이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제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쓴 책”이라고 웃었다.
책은 경제를 전문가와 권력자가 자기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그들만의 경제가 아닌, 모든 시민이 훌륭한 요리사가 되어 참여하고 성과를 누리는 경제로 탈바꿈시킨다.
두 석학이 내놓은 결론은 ‘시민’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팍팍한 살림살이와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고민하는 현대 시민들에게 나아갈 힘과 비전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