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스타트업 체력 단련의 시간…"캐시플로우에 집중하라"

IPO 앞둔 기업들, 속도 줄이고 기술력·수익성↑ 주력
해외 진출 등 성장 동력 마련하면서도 수익화 병행
"생존하려면 런웨이 늘려야…손익분기점 앞당겨라"
  • 등록 2022-06-06 오전 10:20:00

    수정 2022-06-06 오전 10:20:00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증시 뿐만 아니라 벤처투자 시장까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스타트업들은 생존을 위한 전략마련에 나섰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노렸던 기업들은 이를 미루고 기술 고도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고, 해외진출·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업체들도 수익성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거래소로 달리던 기업들 ‘브레이크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쓱닷컴 등 대기업 계열사뿐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IPO를 미루고 체력 다지기에 한창이다. 프롭테크 업체 어반베이스는 최근 랜더링 등 고화질 3차원(3D) 기술로 공간 구현의 실재감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IPO 추진을 목표로 작년 하나금융투자를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기술력과 내실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어반베이스는 건축물 2D 도면을 3D로 자동 변환해주는 기술업체다. B2C 고객뿐 아니라 일룸·신세계까사·LG전자 등을 기업고객사로 두고 오프라인 판매 중인 가구와 전자제품을 가상공간에서 배치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화호텔앤리조트와 함께 건설·부동산 분야 홈퍼니싱·인테리어 사업을 준비 중인데, 가구가 호텔과 리조트, 모델하우스 등 공간에 잘 맞는지 현실감 있게 구현하고자 기술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인라이트벤처스와 직방 자회사 브리즈인베스트먼트 등 VC를 비롯해 전략적투자자(SI) 우미건설, 신세계아이앤씨(035510),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을 투자자로 뒀다.

바이오의 경우 기술특례상장 문턱이 크게 높아지면서 IPO 일정을 미룬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분야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을 끌어온 IPO 기대주 휴이노조차 올해 목표로 했던 IPO 시기를 내년으로 미룬 상황이다. 휴이노는 SI인 유한양행(000100)을 비롯해 재무적투자자(FI)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027360), 다올인베스트먼트(옛 KTB네트워크), 에이벤처스, 퓨처플레이, 신한캐피탈,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시너지IB투자, 데일리파트너스 등을 투자사로 두고 있다.

VC들 사이에서도 당장 ‘쩐’이 급한 게 아닌 경우 아예 IPO를 미루는 게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할 수 없고, 통과해도 투심 악화로 수요예측에서 미달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에는 수요예측이 중요한데, 시장 분위기가 냉랭해 원하는 기업가치에 상장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IPO를 미룬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라며 “수익화 작업에 집중하며 체력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수익 배제한 성장, 이제는 리스크

다른 스타트업들도 분야를 막론하고 저마다 성장 동력 확보에 힘주면서도 수익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풍부한 유동성에 투자자들의 뭉칫돈을 흡수하며 몸값을 높였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깊은 조정기에 들어가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커진 외형에 걸맞게 내실을 다진다는 것.

알스퀘어는 상업용부동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 정보가 필요한 기업들에 구독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에서 더 나아가 동남아에 진출한다는 전략으로, 작년 말 싱가포르에 중간지주사를 세우고 올해 동남아 각국의 상업용부동산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본격화하며 영토 확장에 잰걸음이다.

수제맥주 스타트업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이천1공장에 더해 제2공장 준공을 목전에 두는 등 생산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막걸리 브랜드를 출시하며 주종도 확대 중이고, 올해는 홍콩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작년 하반기, 향후 3~4년 내 IPO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VC와 PE 등 투자자들은 증시 조정기 생존을 위해서는 캐시플로우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냉랭한 시장 분위기에 VC들의 펀딩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런웨이(보유 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한 전문 투자사 관계자는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타격을 입으면서 중후기 스타트업들이 투자받기 힘든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했거나 규모는 작아도 꾸준히 매출과 이익을 내는 업체들이 관심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마케팅 등에 막대한 지출을 감수하기보단 손익분기점을 앞당겨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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