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유럽연합(EU)이 2024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공급망 실사 지침 최종안을 발표하며 ‘ESG 수출장벽’이 생기리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110여 수출기업이 영향권에 있다고 보고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대응 마련을 본격화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와 관계기관은 31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 중소·중견기업 ESG 지원 시범사업 착수 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 항만에 정박 중인 컨테이너선 모습.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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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기업 공급망 실사 지침 최종안을 발표했다. 유럽 내에서 4000만유로(약 54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회사에 대해 ESG 요인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미흡할 경우 개선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최종안이 EU 이사회, 의회 승인을 거쳐 확정되면 EU 회원국 각국이 이를 의무화하는 법률 제·개정을 진행하게 된다. 독일은 이미 독자적으로 내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대한 인권·환경 공급망 실사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한 상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원자재값 급등이란 변수가 등장하면서 재검토 가능성도 생겼으나 일단 시행할 경우 사실상 ‘ESG 무역장벽’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유럽 수출기업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이날 회의에서 EU와 독일이 공급망 실사 지침을 발효할 경우, 자동차부품과 반도체, 제약·바이오, 화장품 산업을 중심으로 우리 수출기업도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역시 EU 지침 최종안을 토대로 110여 기업이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산업부와 관계기관, 그리고 김앤장 ESG 경영연구소 등 이날 회의 참가자는 업종별로 ESG 리스크를 공동 관리하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해 업종별로 차별화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며 관련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 (그래픽=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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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는 올해 50~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실사 모의평가와 함께 컨설팅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우수 기업에는 수출보험 우대를 비롯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ESG 경영을 독려키로 했다.
또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모의평가를 다듬고 업종별 세부 대응방안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수출 중소·중견기업 ESG 지원협의회를 구성해 이를 준비해 왔다.
한국무역협회(무협)는 EU의 ESG 실사가 노동, 환경 관련 생산비용 상승으로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있으나 우리 기업이 사전에 잘 대응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최남호 산업부 산업정책관은 “ESG 공급망 실사는 국가뿐 아니라 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수출 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수출기업 영향 최소화를 위해 업종별 대응 가이던스를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시범사업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