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기점으로 국내외 경제 모양이 달라졌다. 미국 경제 회복에 힘입어 상승 일로에 있던 경제 전망이 여름에 하락 전환하더니 최근에 그 추세가 뚜렷해졌다. 기업 관련 체감지표가 상반기에 정점을 쳤고, 소비자 기대지수도 그 즈음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델타변이 확산이 경제지표에 영향을 줬을 수 있지만, 그보다 여러 나라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내놓았던 프로그램이 끝난 게 더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작년 하반기 이후 강한 경기 반등을 만들었던 요인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동력이 소진되는 사이 위험요인은 커졌다. 인플레 논쟁이나 가계와 공공부채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코스피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미국시장에 달려 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 상승을 이어간다면 우리 시장도 일정 폭 상승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오래 전부터 세계 주식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시장에 계속 얹혀갈 수는 없다. 이런 상승은 자기 실력보다 미국시장이라는 심리적 요인에 편승하는 것인 만큼 상승에 한계가 있어서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 계속 상승하더라도 처음만 방향이 같을 뿐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양이 될 것이다. 2012~2017년이 그랬다. 미국 시장이 계속 상승하는 동안 우리 시장은 1900~2200 사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양국의 기업실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미국 주가 상승은 코스피 하락을 막는 역할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미국 시장이 상승을 멈추고 10월 기록했던 저점 밑으로 내려가면 코스피는 290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작년에 시작된 주가 상승이 마무리되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코스피 하락을 저지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모습이 2000년에도 나타났었다. 연초 1470이었던 미국의 S&P500지수가 4월에 1550까지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가 950선을 유지했지만, 미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하락하자 우리 시장도 같이 떨어졌다.
개인투자자가 달라졌다는 말은 6~7년마다 반복됐던 얘기다. 세계에서 자본시장이 해당 국가 금융 시스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밖에 없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오래 전에 선진국이 됐고, 우리보다 금융이 월등히 발전한 나라도 이루지 못한 일을 우리가 당장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환상이다. ‘동학개미운동’ 그럴 것은 없다. 지금은 주식을 조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