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근간을 이루는 ‘집’은 투기든 투자든 돈벌이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부동산 매매차익에 대해 ‘환수’라는 표현을 쓰는 데서 이 정부의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환수는 법적으로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재화를 몰수 또는 압류하는 행위다.
그러나 집이든, 쌀이든, 심지어 의약품조차도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한 고위 공직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집값 폭등으로 큰돈을 벌었다. 심지어 청와대 참모, 장·차관들은 국민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로 다주택자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청와대에서 다주택을 정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 이들 중 일부는 가족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한 정부 고위공직자는 배우자에게서 ‘차라리 사퇴하라’는 타박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당장 급매로 내다 팔면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고 노부모를 모시는 등 다주택일 수밖에 없는 각자의 사정이 있어서다.
정책은 정부의 몫이지만 부작용은 국민의 몫이다. 정책 입안자는 일반적으로 법 테두리 내에서 생각하고 상식적인 범주 내에서 정책을 추진했을 때 발생할 변수를 고민한다.
그러나 정부가 만든 정책 때문에 손해를 입을 위기에 처한 이들은 다르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저항한다. 합법이든 편법이든 심지어 불법이어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정부가 대책을 만들면 시민은 방책을 세우는 법이다.
집주인이 법의 맹점을 찾아내고 편법을 동원할 때마다 결국 정부가 개입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다 보면 정책은 점점 더 복잡해질 것이고 부작용도 다양해질 것이다. 그럴수록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과 분쟁 또한 커지고 확산할 것이다. 벌써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임차인을 쫓아낼 방법을 공유하는 등 방책 마련에 나선 집주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대로 세입자들이 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해 집주인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모든 국민이 땀 흘려 돈을 벌고 법 앞에 겸손하며 공익을 위해 사익을 포기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이 충만한 사회가 이 정부가 꿈꾸는 세상인가 싶다. 그런 세상을 반기지 않을 이가 있겠는가. 다만 그런 유토피아를 법과 규제로 강제해 만드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