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이라는 용어는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된 2003년 이후 미국의 벤처투자가인 로저 맥나미(Roger McNamee)가 처음 사용했고, 금융위기 당시 채권운회사 핌코(PIMCO)의 최고경영자 모하마드 엘 에리언(Mohamed A. El-Erian)이 저서 ‘새로운 부의 탄생(When Markets Collide)’에서 언급한 뒤 널리 사용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새로운 질서가 나타난 것은 경제만이 아니었다. 대중음악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미국의 힙합과 유럽 중심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소녀시대, 싸이,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한국 가수들이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K-팝의 시대가 열렸다.
이에 비해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중음악의 한 축을 지탱해 온 록 음악의 인기는 빠르게 식었다.
물론 이전까지도 록은 팝 음악에 비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그런 시대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즈 이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 최고 스타는 본 조비(Bon Jovi)가 아닌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마돈나(Madonna)였고, 1990년대는 너바나(Nirvana)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나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이 대세였다. 하지만 20세기에는 적어도 록 음악이 메인스트림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1980년대에는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고 했던가. 2000년대 이후 록 음악의 인기가 갑자기 시든 것은 인터넷 보급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이 록 스타를 죽였다’고 감히 말해야할 것 같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의 대중화는 음악을 소비하는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전에는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접하고 레코드 가게에서 음반을 구입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였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음반을 구입하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수도 없이 많아졌다. 한 때 유행했던 냅스터 같은 P2P 파일 공유가 금지된 이후에도 음반 판매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음반 하나 살 수 있는 돈이면 한 달 동안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고, 유튜브에서는 짧은 광고 한 편만 보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는 시대다.
2000년대 이후 대중음악에서 록 음악의 자리를 꿰찬 장르는 힙합과 EDM이다. 에미넴(Eminem), 제이-지(Jay-Z), 스눕 독(Snoop Dogg) 등 힙합 가수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대중음악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흑인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힙합은 점점 입지를 넓히면서 그야말로 대중음악이 됐다. 2017년에는 음반과 음원 판매 측면에서 록의 인기를 넘어선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또한 1980년대 말부터 클럽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일렉트로닉 음악은 2010년대 들어 EDM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면서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다.
‘록은 죽었다(Rock is Dead)’는 명제가 더는 이상해 보이지 않는 ‘뉴 노멀’의 시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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