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다주택 장·차관들…“사유재산” Vs “내로남불”

“한 채 남기고 팔라” 靑 권고 6개월, 14명 그대로
강경화·박영선 3주택, 매각 권고한 홍남기 2주택
다주택 사유 들어보니 “노부모·배우자 실거주용”
“1주택만? 황당” 불만도..참여연대 “솔선수범해야”
  • 등록 2020-06-30 오전 5:00:00

    수정 2020-06-30 오전 7:39:49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모습.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최훈길 이명철 이승현 기자] 지난해 12월 청와대가 1주택만 남기고 매각하라고 권고했지만 다주택자 장·차관 대부분은 주택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부모 봉양, 실거주 목적이라며 고위공직자라는 이유로 정부가 사유재산까지 통제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민간 다주택자는 투기꾼으로 몰면서 고위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하지 않는 것은 모순된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경화·박영선·박백범 3주택자

29일 이데일리가 18부처·5처·17청·6개 위원회 장·차관급 인사들의 부동산(본인과 배우자의 단독주택·아파트·아파트 분양권·오피스텔·주상복합)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장·차관급 인사 14명이 두 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관보에 게재된 작년 12월31일 기준 공직자 재산 신고를 토대로 29일 현재 기준으로 변동 유무를 개별 확인한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백범 교육부 차관 등 3명은 청와대가 권고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3주택자였다.

강 장관은 서울 봉천동 주택(이하 작년 신고 기준 실거래가 3억1700만원), 연희동 주택(17억3000만원), 운니동 오피스텔(2396만원)을, 박 장관은 서울 연희동 주택(13억9000만원), 교북동 오피스텔(5억9300만원), 일본 도쿄 미나토구 아파트(9억7341만원)를 보유 중이다. 박 차관은 연희동 주택(6억6000만원), 서초동 잠원동 아파트(8억원), 충북 청주 주택(2억5300만원)을 갖고 있다.

주택을 팔라고 권고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의왕시 내손동 대림e편한세상 아파트(6억1370만원)와 세종시 나성동 2-4생활관 주상복합건물 분양권을 보유 중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 용산구 아파트 분양권(17억4340만원)과 오피스텔(1억4633만원)을 갖고 있다. 앞서 진 장관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아파트를 15억6000만원에 매각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수원 아파트 7억4800만원·오피스텔 1억5360만원)·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서울 목동 아파트 8억7000만원·대전시 아파트 3억1550만원)·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스웨덴 말뫼 아파트 4억1617만원·부산시 아파트 7억8000만원)·구윤철 국무조정실장(서울 개포동 아파트 12억9600만원·성남 분당구 주상복합 8억4600만원)·은성수 금융위원장(서울 잠원동 아파트 9억2800만원·세종시 아파트 2억900만원)·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서울 방배동 아파트 9억8400만원·서울시 동교동 주상복합건물 3억1595만원)은 2채를 보유 중이다.

차관급 2주택자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서울 서초동 아파트 9억3600만원·북아현동 주택 2억675만원), 정재숙 문화재청장(서울 중계동 아파트 5억1500만원·신당동 주택 8600만원),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서울 서빙고동 아파트 7억2000만원·세종시 아파트 3억6634만원) 등 3명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서호 통일부 차관,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김종석 기상청장은 작년 12월 권고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주택을 매각해 1주택자가 됐다. 올해 2분기에는 정무경 조달청장,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이 청와대 권고에 따라 주택을 팔아 1주택자가 됐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방배동 아파트 2채 중 한 채를 지난 4월에 팔았다.

유명희·서호·김양수·김종석·정무경·김경규 다주택 정리

그러나 다른 장·차관들은 현실적인 사정이 있어 매각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는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포기하면 계약서에 따라 중도금(1억6124만원)을 받을 수 없다”며 “세종시 아파트가 내년 여름에 완공되기 때문에 안양 집을 팔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윤철 실장은 “개포동 주택은 재개발 후 등기 시까지 매도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분당 주택은 올해 초부터 매물로 내놓고 팔리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연희동 주택은 박 장관, 오피스텔은 시부모님, 일본 소재 아파트는 남편이 실거주 중”이라고 전했다. 강경화 장관은 모친이, 이정옥 여가부 장관·박백범 차관은 각각 배우자가, 김용범 1차관은 장모가 거주 중이라며 매각이 힘들다고 전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 위원장이 세종시 소유 아파트를 내놨지만 팔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일부는 주택 매각 권고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한 고위관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채만 남기고 팔라며)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건가”라며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에서는 정부 고위직들이 ‘내로남불’ 행태를 보일 게 아니라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정부가 주거 안정 정책의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려면 정부 고위직 다주택자 주택부터 즉각 처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9일 이데일리가 대한민국 관보 시스템과 본인 확인 등을 거쳐 비서관 이상 청와대 고위공직자, 18부처·5처·17청·6개 위원회 장·차관급 인사들의 부동산 현황(29일 기준 본인과 배우자의 단독주택·아파트·아파트 분양권·오피스텔·주상복합)을 전수조사한 결과, 청와대 참모 12명, 장·차관급 인사 14명이 2주택 이상 보유자였다. [출처=각 부처 종합,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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