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올해 안에 안 쓰면 마일리지가 없어진다고 하는 데 난감하다”며 “열심히 모은 마일리지로 항공권 대신 항공사 로고 상품이나 인형 같은 것을 사고 싶지는 않다”고 하소연했다.
국적 ‘빅2’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가 내년 1월 1일부터 소멸이 임박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국제회계기준 전환을 앞두고 회사의 재무상태와 손익에 큰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2008년 약관을 변경해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설정했다.
마일리지가 소멸하면서 항공사는 부채를 줄이는 재무구조개선 효과를 보지만 마일리지를 쌓은 ‘단골’ 소비자의 실질적인 혜택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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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마일리지는 회계상에서 비유동부채(비유동부채 하의 이연부채)로 기재되며, 부채로 분류되는데 소비자가 마일리지를 사용하거나 유효기간이 종료돼 마일리지가 소멸하면 수익으로 인식된다. 이렇게 되면 항공사의 부채는 감소하고 수익은 증가해 재무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고환율 등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 ‘마일리지 특수’로 항공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만 흐르면 부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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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소멸 시효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항공 마일리지를 활용하기가 어려워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보너스 항공권 구매가 쉽지 않다. 마일리지 항공권 구매 수요가 높아 원하는 날짜에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약관에 “보너스 항공권 또는 좌석승급 보너스 사용은 여유좌석 이용이 원칙이며, 보너스 좌석 수와 사용은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반면 미국 대형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성수기와 비수기 제한 없이 빈 좌석이 있으면 즉시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다. 마일리지 유효기간도 따로 없고 가족 이외에 타인에 양도까지 가능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좌석 경쟁이 높은 만큼, 계획성 있게 미리 일찍 예매를 시도하면 보너스 항공권을 구할 기회도 커진다”며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보너스 좌석 상황보기 메뉴를 이용하면 361일 이내 보너스 좌석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항공권 구매 이외에 마일리지로 다른 상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는 제값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주말에 영화를 관람하면 1400마일(현금가 20원 기준, 2만8000원)을 사용하게 되는데 현금결제(1만2000원)보다 2배 이상 내는 셈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렌터카를 빌리게 되면 성수기 기준으로 6500~1만3000마일(13만~26만원)인데 현금결제(2만5000~16만원)보다 비싸다. 공정거래위원회 한 관계자는 “해외 선진 항공사는 마일리지를 현금과 동일하게 간주해 고객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다양한 사용방법을 마련해놓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며 “항공사가 다양한 옵션을 만들어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항공권과 마일리지 항공권 간에 위약금 차별도 문제다. 일반 항공권은 90일 이전에 취소하면 위약금은 없지만, 마일리지 항공권은 과도한 마일리지 차감과 무거운 위약금을 부과하는 게 이중 패널티로 지적된다. 마일리지 항공권은 국제선 취소 시 노선에 따라 1만2000~5000마일, 국내선은 500마일 차감한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항공마일리지를 이용해서 좌석 예약을 변경했을 때 과도한 마일리지 차감과 함께 지나치게 무거운 위약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역시 이중 패널티로 지적되며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