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킹맘]"아이가 장애 판정 받으면 그때부터 '나'는 사라집니다"

발달장애 아들 10년 돌본 류승연 작가
“아이 장애판정 후 3년간 가족엔 절망뿐”
책 내고 강연 다니며 내 일 찾아..아이와 관계 재설정
장애아 돌봄 가정에 떠맡기는 현행 제도 바껴야
  • 등록 2018-09-04 오전 6:30:00

    수정 2018-09-04 오후 6:31:52

류승연 작가(사진=예스24)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아이가 장애 판정을 받으면, ‘나’는 사라지는 거에요. 직장생활이요? 꿈도 못 꾸죠.”

류승연 씨. 10년 전까지만 해도 열정 넘치는 기자였던 그는 아들·딸 쌍둥이 중 아들이 발달 장애 판정을 받던 날 모든 꿈을 접었다. 양수가 터져 입원했던 병실에서도 노트북으로 기사를 쓸 만큼 좋아하고 열심이었던 직업을 버렸고, 가족이 꿈꾸던 미래 역시 함께 사라졌다.

“아이 장애판정후 3년간 가족엔 절망뿐”

류 씨는 아이가 장애 판정을 받은 후 처음 3년을 ‘절망’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계획이라도 세울 수 있으면 희망이 있을 텐데 아이가 어찌 될지 모르니 남는 건 절망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류 씨는 직업을 포기했고, 아이 아빠는 치료비를 위해 꿈보다는 돈을 우선해 직장을 옮겼다. 아들에 집중하느라 장애가 없는 쌍둥이 딸이 상처 입을까 걱정스러운 마음까지 무엇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무엇보다 류 씨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아픈 아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고 난 후 찾아온 박탈감과 상실감을 견디기 어려웠다.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에세이를 써 신문사에 기고하면서 삶에 숨통이 트이더라구요.”

류 씨는 10년간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며 겪은 경험담을 담음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이란 제목을 책을 출간하고 다양한 외부활동을 시작했다.

또 다른 책을 집필하고 있고, 강연도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일을 찾으면서 아이와의 관계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발달 장애 아이를 종일 살펴야 하는 엄마가 류 씨처럼 자신의 삶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류 씨는 “쉽지 않지만 엄마가 아이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찾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엄마가 아이와 분리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돼야 둘 다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장애아동 돌봄 가정에 온전히 떠맡기는 제도 바뀌어야

류 씨는 발달 장애 아이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가정에서 떠안아야 하는 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활동보조인 전문화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활동보조인은 정기적으로 장애인을 찾아가 집안일과 사회 활동을 돕는 일을 한다.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에겐 등학교나 병원을 오갈 때 등 손이 부족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막상 발달장애 아동 부모들 중 활동보조인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전문적인 인력이 대부분이어서다.

류 씨는 “활동보조인들은 대개 발달장애 영역에 대해 하루 정도 교육을 받는 게 끝이고, 발달 장애에 대한 지식이 없어 아이들을 학대하는 사건들도 자주 일어난다”며 “엄마들이 자신의 시간을 필요로 하면서도 활동보조인을 쓰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산층 가정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치료비도 문제다. 발달 장애 아동 치료비가 월 최대 400만~500만원에 이르지만, 나라에서 지원하는 치료비는 32만~35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발달 장애 아동에게 치료는 생존과 직격하는 문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장애아동 가정이 막대한 치료비에 짓눌려 가정불화가 생기는 등 악순환을 반복한다. 비극적인 동반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류 씨는 발달 장애인에 대한 인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책을 낸 것도, 새로운 책을 준비하는 것도 이런 인식 변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원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대상화하면서 차별이 생겨나고 장애인들조차 특별한 배려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자립하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발달 장애인을 우리와 다른 특성을 가졌을 뿐인 똑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장애이해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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