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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엔 붉은 옷을 입은 여성 1만 2000명이 몰려들었다. 경찰은 혜화역 2번 출구 앞이 마비되자 당황했다. 통제구간을 인도에서 버스전용차선으로, 버스전용차선에서 그 옆 차선으로 점차 넓혔다. 혜화동에서 여성단체들이 개최한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 얘기다. 이들은 경찰이 성범죄 수사에 남성엔 관대하고 여성에는 엄격한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하다. 몰카사건의 남성 피의자 구속률이 여성 피의자보다 3배나 높고 사건에 따라 하루나 이틀만에 검거하기도 한다며 이들이 ‘오바’한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 이번 사건의 핵심에는 독자의 관심 끌기에 급급한 언론과 언론의 눈치를 보는 경찰이 있다.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피의자가 포토라인에도 서고 관련 수사가 12일 만에 신속하게 마무리된 것도 언론의 영향이 컸다. 언론 종사자들에게 불법촬영 피해자의 10명 중 8명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여성이 피해자인 몰카범죄는 “기사꺼리가 안 된다”는 말과 같은 얘기다.
‘NEWS’.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이다. 언론종사자들은 보다 신선한 얘깃거리를 퍼 올려 기사로 쓴다. 언론이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의 목소리보다 남성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것은 ‘드문’ 일이어서다. 여성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의학전문대학원생 기사는 25건밖에 안 되지만 홍대 누드모델 기사가 1000건이 넘는 이유도 그래서다.
여성들의 오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성범죄 기사를 자극적으로 보도해 어떻게든 독자를 끌어보려는 언론과 그런 언론이 만든 여론의 눈치를 보며 부랴부랴 수사하는 경찰의 몫이다. 1만 여성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그들이 세상을 믿지 못하게 만든 우리의 행태를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