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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 발생 우려감이 커지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사례가 늘고 있다. 전세계약이 만료됐는데도 다른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이사를 못하거나, 집값 하락으로 집이 팔려도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되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주택’으로 전락한 경우에도 전세보증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등 절차가 완화된 점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27일 HUG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세대는 7635세대, 금액은 1조743억원으로 각각 전월 대비 16.9%, 18.9%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가입 세대 3660세대, 가입금액 7911억원과 비교해도 상당히 많은 수준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이 출시된 2013년에는 451세대, 765억원 가입하는데 그쳤지만 2014년에는 5884세대, 1조587억원으로 늘었고 2016년에는 2만4469세대, 5조1716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하더니 2017년에는 4만3918세대, 9조4931억원으로 가입금액만 10조원 수준으로 뛰었다.
SGI서울보증보험에서 판매하는 전세금보장신용보험 가입건수와 가입액 역시 지난 3월 2593건, 4527억원으로 1~2월 월평균 1813건, 3111억8400만원에 비해 각각 43%, 45% 증가했다.
이처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늘고 있는 것은 전세값 하락에 따른 불안감이 커진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3일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값은 1.12% 하락했다. 특히 울산은 3.16% 떨어졌고 경북·경남지역 전세값도 2% 이상 내려 역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도 0.41% 하락했다.
이렇게 보증보험 가입이 늘면서 HUG에 전세보증금을 신청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전세금반환보증 상품 출시 첫해인 2013년과 이듬해인 2014년에는 보증 사고 발생 건수가 한 건도 없었지만 2015년에는 1건, 1억원이 접수됐고 2016년 27건, 36억원에 이어 작년에는 33건, 74억원으로 증가세다. 올해 1분기에는 70건, 138억원이 접수됐다.
영등포구 당산동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입자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집주인도 세입자가 보증에 가입한다고 얘기해도 크게 반발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