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한 개인정보 침해, 불법사이트 개설 등 새로운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이 그 원인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기기를 사용하는 우리 인간들의 윤리의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성폭력도 그 중 하나이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및 성적 괴롭힘, 음란물 유포, 성적 모욕 등을 포함하는 이 범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2006년에서 2016년 사이 지난 10년 동안 전체 성범죄의 3.6%에서 24.9%까지 되었다. 중요한 성범죄로 부상한 것이다. 게다가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범죄자를 특정할 수 있고 사건이 일회성으로 종결될 수도 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익명성이 높고, 전파가 빠르며 시공간의 무제약성, 무한 반복성의 특성이 있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인격살해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영상물을 매개로 성매매 산업의 유입구조가 되기도 하는 등 오프라인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성범죄가 10~20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것도 묵과할 수 없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수준은 매우 낮다. 한 예로 별 생각 없이 쓰는 몰카라는 용어는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보다는 사소한 장난 같은 느낌을 준다.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라는 용어 역시 사랑을 배반한 여성에 대한 복수라는 의미를 내포, 가해자의 범죄성을 은폐하며 심지어 포르노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피해자의 고통을 희석한다. 그러나 연인사이의 사적 애정관계를 불법 사이트에 유포하는 행위가 어떻게 장난이거나 누구나 돌려볼 수 있는 영상물인가. 그것을 올린 자의 인격을 비난하기보다 피해자의 처신을 문제 삼고, 수치심과 공포 속에서 사회와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피해자를 양산하는 모순을 속히 끊어야 한다.
디지털 성폭력의 경우 증거 수집단계부터 수사전반에 디지털 범죄와 관련된 전문기술 역량을 요구한다. 디지털 언어에 대한 전문지식 뿐 아니라 젠더폭력에 대한 관점을 갖춘 수사관 양성과 전담수사팀 배치가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오프라인 범죄와 달리 유통구조가 중요한 디지털 범죄의 특성을 감안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의 의무를 강화하고 모니터링하는 시민사회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윤리의식, 사회의식의 각성이 더더욱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