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회적 기업과 손잡고 쪽방주민·노숙인에 영양제 지원

예비 사회적기업 비타민엔젤스와 협약…2년간 연간 1억원 상당 종합비타민 제공
5대 쪽방촌의 비타민 필수 섭취 필요한 노약자·만성질환자 700명 전원 지원
  • 등록 2017-08-03 오전 6:00:00

    수정 2017-08-03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2002년부터 동대문쪽방촌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모(67·남)씨. 그는 12살 때부터 가장 역할을 하며 초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어렵게 생활했다. 그나마 모은 돈은 잘못된 빚보증으로 모두 날려 가정마저 잃게 됐다. 쪽방촌에서 초기 몇 년간 밥보다 술을 더 많이 먹는 불규칙한 생활을 계속 했고 심한 위궤양으로 올해 초 위장의 일부를 절제했다.

건강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퇴원 후에도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기는 어렵고 영양 불균형인 식단도 여전했다. 이씨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서울시가 시범 지원한 영양제를 정기 복용하면서 몸무게가 2㎏ 증가했다. 그는 “살면서 처음으로 자기 몸을 챙기고 있다는 생각에 기쁨을 느꼈다”며, “입맛도 돌아와 부실한 식단이라도 식사를 거르는 일이 줄어들어 영양제가 건강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예비 사회적 기업과 함께 쪽방주민 및 노숙인의 건강관리를 지원한다.

서울시는 3일 “예비 사회적기업 비타민엔젤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2일부터 2년 동안 매월 총 1000명의 쪽방촌 주민과 서울역 일대 노숙인에게 연간 1억원 상당의 영양제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필수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건강이 악화된 취약계층이 균형적인 영양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종합비타민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5~7월 두 달간의 시범운영을 실시한 결과 주민들이 큰 호응을 보여 확대 시행하게 됐다.

영양제 지원대상은 쪽방촌 주민 700명과 서울역 일대 노숙인 300명 등 1000명이다.

쪽방촌 주민 700명은 비타민 공급이 필요한 노약자와 만성질환자다. 5대 쪽방촌(동의동, 동자동, 창신동, 영등포, 남대문)에 거주하는 약 3200명의 주민 중 비타민 공급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된 주민 전부(20%)에 해당한다.

서울역 일대 거리 노숙인에 대한 지원은 이 인근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인 ‘따스한 채움터’에서 식사 후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일 300명에게 중식과 석식 중 1일 1정씩 지급한다.

김용복 서울시 복지본부장은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들은 대부분이 고령으로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며 “음주 및 불규칙한 식사로 영양상태가 불균형해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게 영양제를 지급해 본인의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이들을 돌보는 주위 사람들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노숙인이나 쪽방 주민들의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업을 후원하는 비타민엔젤스는 2015년 6월 서울시가 인증한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설립 당시 목표를 ‘약품을 판매한 수량만큼 저소득층에게 후원하는 것’으로 정할 만큼 사회적 공헌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2013년 설립 이후부터 지난 6월까지 총 100여개 단체에 15억원 이상의 영양제를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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