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가용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용비란 가격 대비 용량이 많다는 뜻이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 현실적인 소비를 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진 탓이다.
‘인간 사료’와 같은 신조어의 확산이 이를 뒷받침한다. 취업준비생 등 상대적으로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는 소비자들이 ‘인간 사료’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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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편의점업계 유행 중 하나가 바로 대용량 미투 제품이었다. 실속파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업계에서 대용량 제품 출시가 하나의 전략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무한리필’집 역시 호황이다. 삼겹살과 게장, 떡볶이, 연어 등 무한리필 품목에도 영역 파괴가 이뤄지는 추세다.
가용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어느 정도 품질을 충족한다면 용량도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된 것.
이 같은 값 싸고 양 많은 '가용비' 상품의 인기몰이는 국내외 경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2016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소비자물가는 1.0%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출이 줄어든 것이다. 몇달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점점 더 알뜰해지는 소비자들의 변화를 뒷받침한다. 불황에 대처하는 소비자들의 자세가 현명한 동시에 씁쓸함을 자아내는 까닭이다.
한편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 김경록 사무관은 “불황에 대용량 상품이 많이 팔린다는 추론은 가능하나 확실한 인과관계를 알기 위해서는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용량 상품이나 무한리필 품목이 실제 얼마나 가격 절감 효과가 있는지 시장 조사와 공시가 이뤄지면 소비 진작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