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갈라놓은 백두산호랑이 부부, 박제로 다시 만난다

백두산호랑이 가족들 모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2011년 중국서 들어와 대전오월드에서 단란한 가정 일궈
2012년 새끼호랑이 ‘미호’도 태어나 행복한 한국생활
그러나 2015년 금송이에 이어 지난해 미호마저 세상떠나
금강이도 폐사...백두대간수목원에 박제로 전시될 예정
  • 등록 2017-03-01 오전 5:00:00

    수정 2017-03-01 오전 5:00:00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최근 경북 봉화의 국립 백두대간수목원 내 호랑이숲으로 옮겨졌다가 갑작스럽게 죽은 ‘금강’이를 끝으로 2011년 중국에서 건너온 백두산호랑이 일가족이 질병으로 모두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산림청은 앞서 폐사한 암컷 호랑이 금송이 박제 옆에 이번에 죽은 금강 박제를 함께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살아서 헤어진 호랑이 부부가 죽어서 박제로나마 다시 만나게 되는 셈이다.

백두산호랑이 금강이가 죽기 전 대전오월드에서 생활하던 모습. 사진=산림청 제공
종 복원 위해 중국서 백두산호랑이부부 데려와

백두산호랑이는 일제강점기인 1922년 경북 대덕산에서 사살된 호랑이를 끝으로 남녁의 산하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접경지역에서 아직 서식하고 있지만 약 300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국제야생동물기금은 백두산호랑이를 세계 10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산림청은 백두산호랑이를 국내에 다시 들여와 종 보존과 함께 호랑이가 뛰어노는 있는 숲을 복원한다는 계획 아래중국에 협조를 요청했다.

2011년 중국에서 열린 국가임업국간 산림협력회의에서 백두산호랑이 종 보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고 중국정부는 백두산호랑이 한쌍을 한국에 보냈다. 이 때 한국땅을 밟은 백두산호랑이가 금강송을 뜻하는 금강(수컷·2005년생)과 금송(암컷·2004년생)이 부부다.

산림청은 금강·금송 부부를 대전오월드 동물원에 위탁 사육했다.

한국땅을 밟은 지 1년만인 2012년에는 이들 사이에 새끼호랑이(암컷)가 태어나 온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새끼호랑이 이름은 국민공모를 통해 지어졌다. ‘미호’(美虎). 아름답고 복스러운 호랑이라는 뜻이다.

생후 4개월된 새끼호랑이 미호가 어미인 금송이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호랑이 세가족 각종 질환으로 잇따라 세상 떠나

단란했던 금강, 금송, 미호 세가족에 불행이 닥친 것은 2015년이다. 금송이가 자궁축농증에 걸리자 동물원 측은 치료에 착수했다. 자궁축농증은 자궁이 세균에 감염돼 염증을 일으키고 고름이 쌓이는 질환이다. 신속하게 치료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금송이가 약물치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치료가 쉽지 않았다. 45일 가까이 음식을 거부,쇠약해진 금송이는 결국 자궁충농증이 자궁폐혈증으로 악화돼 그해 7월 세상을 떠났다.

어미를 잃은 뒤 홀아비가 된 금강이와 지내던 미호마저 지난해 9월 죽었다. 동물원은 미호의 가슴에 난 상처를 치료하던 중 종양을 발견, 수술을 통해 제거했다. 그러나 미호가 수술부위를 계속 물어뜯고 긁어 터트리면서 9차례나 재수술을 해야 했다. 결국 계속된 수술에 지친 미호마저 폐혈증으로 폐사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불행은 언제나 함께 오는 법이다. 산림청은 백두산호랑이를 자연 상태에 가까운 숲에 방사·보존하기 위해 국립 백두대간수목원 내에 4.8㏊ 규모의 호랑이 숲을 조성하고 지난달 25일 금강이를 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이곳으로 이송했다.

관계자들은 금강이가 가족을 잃은 슬픔을 잊고 다른 호랑이들과 함께 보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행복하길 바랬다. 그러나 이송 9일만인 지난 3일 금강이는 만성신부전증이 악화돼 생을 마감했다.

산림청은 환경과 우리 생태계의 종 보존을 위한 교육 차원에서 금강이를 박제해 국립 백두대간수목원 방문자센터 2층에서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방문자센터 1층에는 2년 전 죽은 금송이가 박제돼 전시돼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문 박제기관에 의뢰해 빠르면 오는 7월 초 완성된 박제를 수목원 내 방문자센터에 전시할 예정”이라며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동·식물에 대한 대국민적 교육을 위해 금강이와 금송이의 사연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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