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젊고 새로운 힘, 극단 간다 민준호 & 이재준 연출

  • 등록 2014-04-02 오전 9:40:49

    수정 2014-04-02 오전 9:40:49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젊고 새로운 힘, 극단 간다 민준호 & 이재준 연출
이들의 DNA는 분명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름이 틀림없다. "극단을 키우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고, 그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도 없다"고 허허 웃는 이들, "크게 흥행한 작품을 계속 잡고 있기 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렇게 해 온 것이 지금"이라며 도전과 모험을 '본능에 충실한 것'으로 단순하게 정리하는 이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극단 간다의 창단 멤버인 민준호 대표와 이재준 연출은 간다의 힘이 '재미와 자율, 그리고 화합'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게 해 준다.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시작으로 <그자식 사랑했네> <끝방> <우리 노래방가서...얘기 좀 할까?> <나와 할아버지> 등 많은 재기발랄한 작품을 그네들만의 솔직하고 참신한 언어로 선사해 많은 이들의 갈채를 받아오고 있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진선규, 정선아, 김지현, 이희준 등 믿고 보는 배우들까지 한데 모여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거나 세간의 기준에 억지로 부합하지 않고 자신들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은 지난 10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극단 간다가 우리 공연계에 의미있는 존재가 될 것임을 충분히 짐작하게 만든다.
극단 간다가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민준호
: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이하 <거평>)를 만든 후 2004년 중순부터 공연 축제에 다니려고 극단 이름을 만들었다. (이)재준이가 '간다'라는 이름을 냈는데, '간략할 간(簡), 다양할 다(多)'의 한자어도 우리가 바랐던 의미와 잘 맞았다.

극단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작품이 먼저 태어난 셈이다.
민준호
: <거평>을 돌아다니게 만들려다 보니까 극단이 만들어진 거지, 극단을 만들어서 거대하게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은 아예 없었고, 오히려 절대 그렇게 되지 말자고 했다. (웃음)

극단 운영이 약간이라도 강압적인게 있다면 나 스스로도 불편한데 같이 있는 친구들은 안 불편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처럼 헐렁한 집단이 된 거다. (웃음) 누가 영화 찍는다고 왔다 갔다 하면 그걸 보며 왜 나만 이렇게 매일 나와서 연습하나, 그런 생각에 개의치 않고 극단에 와서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지금 그렇게 되었다. 배우들이 한번에 다 모여있는 시간이 없으니 연출들이 좀 더 힘들긴 하다. (웃음)

극단의 색이 연출가의 스타일로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재준: 사실 (민)준호 형을 보고 극단에 들어오는 분들이 많다. 준호 형이 시간과 정성과 마음을 그들에게 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다는 "이렇게 해야 해!" 하는 곳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서로 끼어들었다가 흩어졌다가 하는 곳이다.

민준호: 다들 하기 싫어서 나에게 대표직을 넘기는 것 같고.(웃음) 처음 만들었을 때도 어떤 한 사람의 힘으로 극단이 좌우되는 것처럼 안 보였으면 했고, 지금도 그렇다. 각자 자기 일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간다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라는 것도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극단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서로가 불편해진다는 거다. 친구하고 싶고 뜻이 잘 맞는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러면서 긴장도 해야 한다. 그렇게 외부 작업도 할 때 극단에서 작업이 더 특별한 의미를 분명히 가질 것이다. 배우들이 "밖에선 개인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종종 이야기 하는데 극단에서는 서로서로 없던 걸 좀 더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극단 사람들 모두 그런 생각들이 있다. 아무리 친하다 해도 모호하고 갇혀 있는 인물은 싫다.

여러 제작 지원제도를 알아보는 것을 포함해, 공연 기획 및 마케팅 등은 누가 맡고 있는가?
이재준
: 그런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없다. (웃음) 우리는 그런 걸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경우다. (웃음)


민준호 연출
민준호
: 이번 10주년 '간다 퍼레이드'를 위해서 프로듀싱을 잘 하는 새로운 피디가 들어왔지만 공연을 해서 돈을 번다는 게 우리나라 구조상 있을 수가 없다. 오히려 지방 공연이나 지원금을 받는 게 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과거에 <거평>으로 굉장히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을 때가 있었는데 당시 배우들이 <거평> 공연만 하다 보니 무대 위에서 말을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거평> 공연을 더 하면 돈을 이만큼 벌 수 있는데 이거 할래, 아님 다른 거 할래?"하고 물었을 때 다들 다른 걸 하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두, 세 달 동안 서른 군데에서 몰아서 공연하고 그 수익을 다 출연료로 나눈 후 남은 돈을 가지고 1, 2년 간 창작한 게 <끝방> <그 자식 사랑했네> <우리 노래방가서...얘기 좀 할까?>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이다.

이재준: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하지?',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다들 더 좋아한다. 전략적인 부분이 약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전략적인 부분들이 컸다면 극단 간다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든 아니든 크기가 더 커졌거나 아니면 다른 극단과 색이 똑같아졌을 것이다.

'간다스럽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이재준
: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데,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걸까? (웃음)
민준호: 늘 고민하는 게 그거다.

이재준: 한 연출가의 색이 강해서 커지는 극단이 대부분인데, 우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돌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성공한 극단처럼 되어 있었다. 심지어 건물을 샀다는 소문도 있고. (웃음) 단지 뭔가 좀더 재미있는 것, 특이하고 독특한 것, 해 보면 재미있겠다, 하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간다가 아닐까.

민준호: <거평> 이후에 비슷한 작품을 만들라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그게 싫어서 만든 극단이 간다였기 때문에 공연마다 표현 방식이 다른 걸 하고 싶었다. 재준이도 공연마다 그릇을 다르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늘 말한다. <나와 할아버지>니까 수레가 어울리고, <그 자식 사랑했네>니까 칠판을 활용한 무대가 나름의 매력으로 보여지는 것이고. 또 실질적으로 볼 때 돈이 좀 덜 들어야 한다. (웃음) 그리고 배우가 돋보였으면 좋겠다. 예전에 한 배우 형님이 "연극은 혁명이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신 적이 있는데 우리들의 작업 역시 소소한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할 때 "이건 어때?"하는 게 혁명이라는 거다. 그거 아니면 재미가 없다.


극단 간다 10주년 퍼레이드 공연작들
이재준
: 어떻게 보면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를 가볍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세대들은 전쟁이나 데모 등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거짓말이 될 수도 있다. 그때는 그것이 현실이었고 지금은 우리가 경험한 현실을 잘 이야기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트랜드가 바뀌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빨리 흡수해야 살아남는 시대이다 보니 다양한 시도를 생각하게 되지만 그러면서 공허하지 않는 방법들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안에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포인트가 있다. 간다 작품들을 보면 배우들이 정말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 대화를 할 수 있는 호흡들이 담긴 작품들이 많다.

민준호: 어떤 주장보다는 같이 잘 살자고 하는 이야기들이다.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대화, 상식적인 이야기들을 너무 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많이 없어지지 않았나. 무언가를 어떻게 느끼는가는 관객들의 몫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공연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10주년 기념 '간다 퍼레이드'를 지난해 말부터 하고 있다. 곧 공연될 <유도소년>은 창작 초연이다.
이재준
: 실화를 바탕으로 나와 후배(박경찬)가 함께 쓴 작품이다. 잘나가던 고등학생 유도 선수가 전국대회에 참여했다가 배드민턴 치는 여학생에게 반하고, 그 여자와 미묘한 관계에 있는 국가대표 복싱선수와 수차례 대결을 통해 성장하는, 일종의 성장드라마다.

<유도소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이재준
: 주인공은 잘나가던 유도 선수이지만 자기가 왜 운동을 하는지 회의를 느끼게 된다. 보통 점수에 맞춰 진학을 하거나 어렸을 땐 주변의 권유로 무언가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주인공 역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와 혼란에 빠지는데 그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는 모습,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민준호: 대본을 보면서 '와, 나는 나이 많은 척하면서 <나와 할아버지>를 하고 있는데, 다시 젊고 뜨거운 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요즘 쓰고 있는 작품도 뜨거운 쪽이 강하다. <유도소년>의 뜨거움을 닮고 싶다.

이재준 연출이 처음으로 극작을 하기도 했다.
이재준: 지금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변 친구들을 봐도 서른 일곱의 나이는 뭘 크게 이룬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입도 아닌 나이다. 머리는 커졌고 자존심은 버리기 힘든, 중간에 끼어 있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러면서 한번쯤 자기 일에 회의를 갖지 않나. 하지만 다른 곳으로 간다고 좋아지거나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곳 역시 나름의 고난이 있을 것이니까.

그래서 어떤 상황에 피하지 않고 끝까지 후회 없이 하면 다른 곳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고, 그리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고난이 와도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날 것이다. 그런 힘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모든 세대들의 고민이 끝도 없이 도는데, 그게 제때에 방법을 찾지 못해 회피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방황하는 것 같다. <유도소년>에서도 어떤 해답을 주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포기하지 않는 모습, 상황을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재준 연출
출연 배우들의 평균 연령이 서른이 넘었다.
이재준: 정말 그렇네. (웃음) 그런데 굉장히 재미있는 건, 다들 너무 신나 한다는 거다. 같이 모여서 운동한다는 거 자체를 재미있어하고 30대에 뭔가를 배워본다는 것 역시 재미있어 한다. 배우들에게 이 작품을 통해 저마다 깨닫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배우들도 환기되는 것이 있다고들 한다. 아침부터 체육관에 모여서 열심히 운동하는 것만 봐도 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웃음)

민준호 연출이 "늙어도 간다 단원들의 가족들까지 모두 뒤뜰에 모여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것이 간다의 목표인가.
민준호: 엊그제 <유도소년> 엠티를 빙자해서 간다 식구들이 다 같이 엠티를 갔는데 가서 확실히 깨달았다. 엠티를 한 달에 한번 안 가면 간다가 아니겠구나, 하고. (웃음) 간다가 작업만 하는 곳이라고 하면 정말 재미없는 곳이겠구나, 다시 한번 느낀 것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간다를 살찌워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지만 지금 이대로 같이 늙어가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나 뿐 아니라 딱 보면 그 누구도 '극단을 살찌워야지' 작정하는 사람은 없다. (웃음) 간다라는 이름 때문에 억지로 뭔가 해야 한다는 게 생기면 그건 간다에 역행하는 것 같다. 공연을 잘 기획해서 전략적으로 몸짓을 키우는 것, 그것만이 다가 아닌 걸 간다에 들어오면 알게 될 것이다.

이재준: 간다를 어떻게 한다기 보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더 많이 하고 있다. 공연으로 엄청 성공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드물고, 그렇게 할 수 있는 확신이나 욕심도 없다. (웃음) 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걸 베풀어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떻게 보면 간다가 문화소외지역에 가서 많이 공연을 했던 것도 그런 활동일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좀 더 잘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에 최근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일도 조금씩 정리하고 있고, 그래서 불안하긴 하지만 (웃음) 나를 궁지에 몰아서 결국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일, 결국 내가 가고자 하는 길로 가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민준호: 행복하게 살고 싶은 건데 돈이 있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다. 우리들이 하는 일이 돈을 많이 벌진 못해도 행복을 느낀다면, 이런 우리들의 마음을 예뻐하는, 어느 정도의 돈을 줄 수 있는 후원인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 초심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여전히 행복을 바로 느끼게 되는 건 지방 공연 다니면서 관객들 마주하는 것 이상은 없는 것 같다. 간다가 그런 것들이 잘 굴러가는 집단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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