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3일 통합신당 창당을 앞두고 소회를 쏟아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결국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되짚어보며 “문득문득 그 분이 지독하게 그립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일요일 아침, 김한길입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로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상황을 회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60%까지 치솟았던 (노 후보의) 지지율이 이런저런 악재로 14%까지 떨어지고 있을 때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노 후보님을 만났다. 노 후보님은 도움을 요청하셨고 전 흔쾌히 수락했다”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나도 그 분도 진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김 대표의 발언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과의 통합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을 곤두박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전국 성인남녀 12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월 셋째 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며 28%를 기록했다. 여기에 기초선거 무공천 선언으로 기초단위의 선거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
그러나 김 대표는 “(노 후보의) 선대의 첫 번째 원칙은 ‘만약 진다면’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겼다”며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지방선거를 앞둔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에 비견될 수 있는 발언이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도 이어진 ‘담배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노 대통령 임기 말에는 나와 껄끄러운 분위기 때도 있었는데 그 때도 만나면 서로 담배를 권하며 나눠 피운 것만은 변함이 없다. 난 그 분과 함께 참여정부의 성공과 좌절을 함께 겪었다. 회한이 없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는 23명 의원들의 탈당을 주도하며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김 대표이지만, 인간적인 인연의 끈은 이어졌다고 밝힌 셈이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편지에서 복지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독일거지들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아무리 처량한 자세로 앉아있어도 동냥이 얻기는 힘들 정도로 복지제도가 이뤄져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면서 “우리사회 구성원이면 누구나 예외 없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아야 하지 않는가. 그게 국가가 할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