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태현 수습기자]올해 3월 조기 사임을 표명한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BOJ) 총재의 뒤를 이을 인물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68)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68)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출처=센트럴뱅킹 |
|
구로다 ADB 총재는 재무부 국제금융차관을 거쳐 ADB 총재로 역임하면서 국제금융에 대한 실무 경험과 국제적인 인맥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재무부 출신으로 일본 내 군소여당과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신임이 두터워 야당을 포섭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목표물가 2% 달성을 위해 차기 BOJ 총재로 국제금융에 통달했을 뿐 아니라 재무부 실무경험을 통해 정부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찾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지난 8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차기 BOJ 인사는 국제적인 금융인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제 통화정책을 비공식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국제금융의 ‘마피아’와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재무부에서는 국제금융 재무관을 ‘통화 마피아’라고 한다.
그동안 재무부 출신 인사를 반대해왔던 야당 측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5일 재무부 출신 인사 기용을 배제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
한편 또다른 유력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이와타 가즈마사(岩田一政) 일본경제연구소장과 이토 다카토시(伊藤隆敏) 도쿄대 교수는 일본 군소여당인 다함께당의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대표가 시라카와 총재 후임으로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구로다 총재에게 밀렸다.
구로다 총재는 2004년 11월 ADB 총재로 선출된 이후 아시아 국제금융 협력 분야에서 많은 힘을 쏟아왔다. 그는 한·중·일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2000년 5월 체결한 역내 자금지원제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2월 하순까지 차기 BOJ 총재 인사 논의를 마무리 짓고 내달 중에 후보를 지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