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지난 10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의사당 안으로 한 소년이 걸어 들어왔다. 오른다리 무릎 아래에 의족을 댄 아이는 국방외교위 회의장의 헤드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자그마한 체구는 팔걸이의자에 다 차지도 않았다. 하지만 의원들 앞에서 준비해온 글을 읽어내려가는 모습은 어른스러웠다.
"병원 수술실에서 깨어나 보니 제 오른다리가 잘려나가 있었어요. 엄마한테 말했어요. 다른 누구도 지뢰 때문에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요. 그리고 그걸 위해 저도 뭔가 하기로 결심했어요."
11세 소년 대니얼 유발(Yuval)에게 뭔가 결심하게 만든 것은 지난 2월에 닥친 날벼락 같은 사고였다. 골란고원의 눈밭을 걷던 중 땅밑에 묻혀 있던 대인지뢰를 밟은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불운에 낙담하는 대신 화근(禍根)을 없애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했다. 고위 관리들도 직접 찾아갔다. 민간인까지 위협하는 지뢰를 방치하는 정책을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국제 여론에도 꿈쩍 않던 이스라엘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보 목적에 꼭 필요하지 않은'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기구를 세우는 법안이 발의됐다.이날 의회를 직접 찾은 소년은 "이스라엘이 지뢰를 없앨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의원 120명 중 과반인 73명이 법안을 지지했다. 앞으로 수개월 내 3차례 독회를 거친 후 정부가 지지하면 법안은 통과된다.